‘달빛노들’ 야경(서울시제공)© 뉴스1
한강 노들섬에 방치돼 있던 선착장에 거대한 인공 달이 떴다. 보름달을 형상화한 지름 12m 원형 구조의 공공미술작품 ‘달빛노들’이다.
‘달빛노들’은 전망데크, 휴식 공간, 소규모 무대로 활용 가능한 문화 공간으로 조성됐다.
원형의 메탈 구조에 각기 다른 크기의 구멍 4만5000개를 뚫어 햇빛이 통과·반사되면서 일렁이는 한강 위에 달 형상을 비춘다. 밤에는 작품 안에 설치된 조명을 통해 은은한 빛이 흘러나와 마치 달무리가 진 것 같은 절경을 만들어 낸다. 아름다운 한강 풍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노들섬에 새로운 정취를 더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속이 빠르고 바람이 많이 부는 노들섬 하단부는 잦은 침수와 큰 수위 변화로 작품 설치가 어렵다”며 “집중 호우에도 수면 위로 떠오르는 시설을 활용해 ‘달빛노들’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버려진 공간을 예술명소로…‘지붕 없는 미술관, 서울’ 구현
‘달빛노들’은 방치되거나 버려진 공간을 발굴해 예술 명소로 바꾸는 서울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은 미술관’의 하나로 추진됐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서울은 미술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조형물과 벽화가 주를 이루던 공공미술을 넘어 현 시대가 요구하는 도심 속 공공미술의 방향을 제시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이다.
관련 조례 제정, 조직 구성, 시범사업 등 공공미술의 체계화를 통해 새롭고 시범적인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간 서울시는 ‘서울은 미술관’의 지역단위 공공미술 작품 구현 사업으로 2018년 ‘녹사평역 지하예술정원’, 2019년 ‘홍제유연’에 이어 지난해 ‘달빛노들’을 진행했다.
2019 SEGD MERIT AWARD, 디자인 포 아시아(DFA) GRAND AWARD,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서울시는 공공미술 사업을 통해 삶터 가까이에서 시민의 지친 삶을 위로하고 문화 소외계층 없이 누구나 예술을 즐기는 도시 서울, 지붕 없는 미술관을 구현할 방침이다.
‘달빛노들’은 지난해 6월부터 2개월간 진행된 국제지명공고 최종당선작인 ‘네임리스 건축’의 작품이다.
당선작인 ‘달빛노들’은 백년 휴양지였던 노들섬의 의미와 달에 대한 한국인의 기원적 정서를 담았다.
선착장이라는 장소는 섬과 같은 독립성을 지니는데, 익숙한 듯 낯선 노들섬 풍경을 통해 ‘예술섬’을 구현하고자 했다. ‘달빛노들’은 찰랑이는 물결에 온몸을 맡긴 채 강 한가운데서 노을을 마주하는 장소가 된다.
해가 지면 또다른 감각을 선사한다. 오묘한 달무리를 이루면서 빛의 변화를 담아내는 그릇이 된다.
작가는 “한강대교의 건조한 도시경관에 달이라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을 담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서로의 기운을 북돋을 수 있는 공공의 장소를 만들고자 했다”며 “한강 수면 위에 떠 물결의 흔들림을 느낄 수 있는 달의 내부는 작은 섬과 같은 공간으로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면서 잠시 쉬어가는 곳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시 공공미술위원회, 서울시립미술관 및 다양한 외부 문화예술 전문가로 구성된 3개 위원회가 작가 추천과 심사에 참여했다. 작품성, 실현 가능성, 안전성 등을 종합평가해 최종 당선작을 선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작품성뿐만 아니라 노들섬의 유속과 바람 등 환경적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민의 조용한 휴식과 문화활동 장소로서의 활용가치를 높였다”고 평가했다.
시는 오는 2월 26일 정월대보름에 ‘달빛노들’ 개장식과 함께 달빛노들 소원맞이 메시지 이벤트를 연다. 신축년 새해 시민의 소망과 바람을 담은 메시지를 100개의 등으로 제작해 한강에 띄울 계획이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매년 새로운 기획을 통해 공공미술이 가진 다양한 가능성을 실현하고 있다”며 “‘달빛노들’도 글로벌 예술섬이 될 노들섬의 자연환경적 매력을 부각하는 동시에 시민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작품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