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은퇴를 선언한 전 KIA 김주찬. 동아일보DB
‘주처님’ 김주찬(40)이 결국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2020년 1군 무대서 7경기 출전에 그친 김주찬은 시즌 종료 후 자유의 몸이 됐지만 새로 오라는 팀이 없었고 결국 두산 코치로 지도자 인생을 시작하기로 했다. 김주찬이 21년에 걸친 현역 생활을 접으면서 이제 KBO 리그에는 ‘20세기 프로야구’를 경험한 선수가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
서울 충암고 시절 ‘제2의 이종범’이라는 평가를 듣던 김주찬은 2000년 2차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때 전체 5순위로 삼성에서 지명을 받았다. 그리고 그해 1군 무대에서 60경기를 소화했다. (여전히 21세기 시작이 2000년이라고 믿으시는 분은 아니 계시리라고 믿는다. 21세기는 2001년 1월 1일 시작이다.)
2000년에 프로야구 1군 무대를 경험한 선수 가운데는 김주찬과 1981년생 동갑내기인 이범호(전 KIA), 배영수(전 두산)도 2019년까지 현역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지만 2020 시즌에는 김주찬 혼자만 남아 있던 상태였다.
김주찬이 현역 생활을 접으면서 2001년 데뷔한 이대호(39)가 타자와 투수를 통틀어 프로야구 현역 선수 가운데 가장 오래 전부터 1군 무대에 출전한 선수가 됐다. 투수 쪽에서는 롯데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고효준(38·2002년 데뷔)이 새 팀을 찾지 못한다면 2003년 데뷔한 1984년생 트리오 노경은, 안영명, 송은범(이상 2003년 데뷔)이 가장 오래 전 1군 무대를 경험한 선수가 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2018년 아드리안 벨트레(42)와 바톨로 콜론(48·이상 전 텍사스)을 마지막으로 20세기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선수가 모두 사라졌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2019년 은퇴한 후쿠우라 카즈야(福浦和也·46)가 20세기 프로야구를 경험한 마지막 선수였다.
신인 선수 시절 모습이 여전히 눈에 선한 선수가 노장이 되어 그라운드를 떠나는 걸 지켜볼 때마다 야구팬은 자기 나이를 실감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이제 주민번호 맨 앞자리가 0으로 시작하는 선수들이 각 팀 주전 자리를 꿰차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됐다. 노스트라다무스(1503~1566)의 저주를 깨고 꿋꿋하게 살아 남았던 20세기 야구는 그렇게 세월과 함께 야구팬과 작별하고 말았다.
황규인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