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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구내염 진단’ 의사, 뒤늦은 후회 “학대 몰랐다…책임 통감”

입력 | 2021-01-06 10:16:00

“허위 진단 아냐…살릴 기회 놓쳐 자책”



사진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양부모에게 학대를 받고 사망한 16개월 아기 정인이를 생전 ‘단순 구내염’으로 진단해 비난을 받고 있는 소아과 의사가 입장을 밝혔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영 이후 사실과 너무 다른 내용이 진실처럼 퍼졌고 국민청원 게시판에 정인이를 진료한 의사의 의사 면허를 박탈해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오자 직접 입장을 밝히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해당 소아과 원장은 5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진료 당시 정인이의 입안 상처와 구내염, 체중감소에 대해 모두 소견을 밝혔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소아과 원장은 “정인이 양부가 지난해 9월23일 아동보호소 직원과 함께 병원을 찾았을 당시 정인이에게 구강 내의 상처, 구내염 및 체중 감소가 관찰됐다고 분명히 전했다”라며 “구강 내 상처와 구내염에 대해서는 치료를 진행했고 체중감소에 대해선 대형 병원의 별도 검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라고 말했다.

양부모의 아동학대 정황을 인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 소아과 원장은 “평소 정인이는 감기 등의 증상으로 온 것이 전부였고 상처 치료를 위해 방문한 적은 없어 아동학대 의심할 정황이 부족했다”라고 전했다.

소아과 원장은 진료를 받기 전 2차례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다는 것과 진료 당일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다는 사실 조차 고지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아과 원장은 “아동보호소 직원이 정인이의 구강 내 상처가 아동학대 판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지 물었다. 만약 맞아서 생긴 상처였다면 주변에 점상 출혈, 멍, 압통 등이 관찰되었을 텐데 당시엔 발견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졌는지도 명확하지 않아 ‘지금 상태만으로는 아동학대로 확진할 수는 없다’고만 말했다”라고 전했다.

허위진단서를 발급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소아과 원장은 “정인이 진료와 관련해 어떠한 진단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입 안 상처를 구내염으로 바꿔 진단한 사실도 없다. 아동보호소 직원이나 양부가 별도로 요구하지 않아 발급하지 않았고 구내염 약 처방전만 발급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정인이를 도와줄 수 있는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제가 밝힌 소견이 정인이 양부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점에 대해 깊이 책임감을 통감한다. 어린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자책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인이의 죽음에 관해 도의적, 법적으로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그에 대한 불이익이나 비난도 당연히 감수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