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일 평양에서 제8차 노동당 대회를 열고 개회사를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6일 밝혔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개막한 8차 당 대회에서 “국가 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 기간이 지난해에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며 경제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노동당 최대 정치 행사이자 성과를 과시해온 당 대회에서 김 위원장이 경제 실패를 이례적으로 강조한 것은 대북 제재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결정적인 타격을 입은 북한의 경제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제난을 겪었던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보다 경제가 후퇴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 경제 실패 자인한 김정은, 대대적 처벌 예고
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당 대회 개회사에서 “일찍이 있어본 적 없는 최악 중의 최악으로 계속된 난국은 우리 혁명의 전진에 커다란 장애를 몰아왔다”고 밝혔다. “사회주의 건설에서 부단한 새로운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우리의 노력과 전진을 방해하고 저애하는 갖가지 도전은 외부에도 내부에도 존재하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해 코로나19과 수해·태풍 피해, 대북 제재라는 3중고를 경제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꼽은 것이다.
김 위원장은 “현존하는 첩첩난관을 가장 확실하게, 가장 빨리 돌파하는 묘술은 바로 우리 자체의 힘, 주체적 역량을 백방으로 강화하는 데 있다”고도 말했다. 3중고로 인한 국제적 고립 때문에 외부 투자와 기술 도입이 불가능한 만큼 내부 자원과 노동력을 총동원하는 고육지책의 자력갱생의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6일 발표한 것으로 보이는 향후 5년간 경제발전 계획에 이런 방향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경제 실패를 현장 간부들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대대적인 처벌이 있을 것임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비상설 중앙검열위원회를 조직해 실태를 잘못한 것이 무엇인가, 그 원인은 무엇인가 하는 것을 비롯해 그 진상을 빠개놓고 투시했다”고 강조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새 검열조직을 만들어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인적 교체라는 물갈이의 명분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했다.
● 핵·미사일 과시는 빠진 개회사
정부는 김 위원장이 개회사에 핵과 미사일 개발 성과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5년 전 7차 당 대회 개회사에서 광명성 4호로 불리는 장거리로켓과 첫 수소탄 실험 성과를 과시한 것과 대조된다는 것. 다만 “조국과 인민의 운명을 세세년년 믿음직하게 수호할 수 있는 강력한 담보를 마련했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 중 ‘강력한 담보’는 전략무기를 암시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