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충격으로 지난해 3월 1,500 아래로 주저앉았던 코스피를 293일 만에 3,000으로 끌어올린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은 이른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었다. 그동안 한국 증시를 좌우했던 외국인과 기관을 제치고 개미들은 지난해부터 이달 6일까지 67조 원어치를 사들이며 폭락기엔 주가를 떠받치고, 상승기엔 앞장서 랠리를 이끌었다.
여기에다 반도체와 바이오, 미래자동차, 배터리 등 미래 신산업과 신기술로 중무장한 국내 기업들도 국내 증시의 체질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코스피 3,000 돌파로 국내 증시가 선진국 수준으로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가 잇따르는 가운데 ‘삼천피’ 시대에 안착하려면 부동산으로 자산 쏠림이 완화되고 장기투자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개미도, 기업도 달라졌다
개미들의 폭풍 매수세는 새해 들어서도 꺾이지 않았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4~6일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5조 원에 가까운 주식을 사들였다. 이와 달리 기관은 3조9000억, 외국인은 8400억 원 넘게 팔아치웠다.
여기에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 증시가 쉬지 않고 오르면서 ‘상승장에서 나만 낙오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너도나도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현상도 강해지고 있다. 개미들이 많이 찾는 키움증권에서 5일 하루에만 3만9750개, 지난달에만 50만 개가 넘는 신규 계좌가 만들어졌다. 이 회사 창립 이래 역대 최대 실적이다.
지난해 개미들이 코스피시장에서 거래한 주식 규모는 하루 평균 약 8조 원. 전체 코스피 거래대금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47.5%에서 지난해 65.8%로 뛰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폭락장에서 개미들이 각각 3조 원, 13조 원가량을 팔아치우며 증시를 떠났던 것과 비교하면 딴판이다.
개미들이 양적으로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스마트 머니’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저점 매수, 고점 매도에 나서는 투자자가 늘면서 개인이 지난해 가장 많이 사들인(14조3060억 원)한 전기전자 업종의 수익률은 44%에 이른다.
한국 기업들의 탄탄해진 기초체력도 코스피 3,000 시대를 뒷받침한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기업의 연간 순이익(연결기준)은 지난해 91조 원에서 올해 134조 원, 내년 160조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 “코리아 디스카운트 벗고 프리미엄”
이번 3,000 시대 개막으로 국내 증시가 지정학적 리스크와 불투명한 지배구조, 기업 성장성에 대한 의문 등으로 저평가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이겨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증시가 오랜 기간 저평가돼 왔는데 기업들의 불확실성 지배구조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주주 환원 노력도 해소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국내 증시가 저평가 딱지를 떼고 ‘프리미엄’을 붙여도 되는 시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또 삼천피 시대가 부동산 위주였던 국민 자산 비중이 금융으로 확대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