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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5회 정기 바겐세일’ 출발부터 삐걱… “코로나가 마케팅 방식까지 바꿔놨다”

입력 | 2021-01-07 03:00:00

대규모 마케팅-사은행사 취소, 브랜드 자체 할인행사는 진행
입점업체 “매출 흥행 역부족”




백화점들이 매년 이맘때 진행하던 정기 바겐세일(할인특매)이 사라졌다. 새해맞이 바겐세일은 한 해를 시작할 때의 소비심리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였다. 1990년대 후반부터 매년 진행했던 정기 바겐세일을 백화점들이 일제히 취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은 이달 4일부터 ‘새해맞이 정기 바겐세일’을 하려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일제히 취소했다. 사람들이 대거 모이는 행사를 자제하라는 당국의 권고와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연장 상황 등을 감안한 것이다.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들이 자체적으로 할인행사는 진행했지만 대대적인 마케팅이나 상품권 사은행사 등 백화점 차원의 행사는 전무했다.

1990년대 주요 백화점은 통상 1월과 4월, 7월, 10월, 12월 등 한 해 총 5차례만 정기 바겐세일을 진행해 왔다. 1990년대 후반부터 정착된 이런 ‘연 5회 바겐세일’이 깨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백화점의 전통적 마케팅 방식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며 “1월 바겐세일이 취소되면서 총 5차례의 바겐세일 중 가장 대목이라 할 수 있는 봄(4월) 행사 진행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새해맞이 바겐세일은 한 해를 시작할 때의 들뜬 소비심리를 반영해 왔다. 백화점 입점 업체들이 지난해 재고를 처분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의류 소비가 급격히 줄면서 패션 업체들은 새해 백화점 세일을 통해 재고를 대규모로 소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 정기 바겐세일이 취소되자 2일부터 입점 브랜드별로 20∼30%의 할인율을 내걸고 자체 세일에 돌입했다. 덕분에 올해 첫 주말인 이달 2, 3일 백화점 3사의 매출액은 지난해 첫 주말(2020년 1월 4, 5일) 매출액보다 일제히 늘었다. 매출액 증가율은 신세계백화점 17.2%, 현대백화점 3.2%, 롯데백화점 2.9% 순으로 높았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롯데백화점 본점의 한 매장에 브랜드 자체 할인행사를 알리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하지만 입점 업체들은 이를 ‘반짝 효과’로 보고 있다. 한 입점 업체 관계자는 “여행이나 모임이 어려워지며 연초 갈 곳 없는 소비자들의 백화점 방문이 늘면서 매출이 일시적으로 늘었다”며 “백화점의 대규모 행사 없이는 지속적인 흥행이 어렵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한 패션 업체 직원은 “브랜드별로 기존 고객들에게 자체 세일을 알리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1월 전체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대폭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백화점 오프라인 점포는 방문자에 비해 매출은 많이 못 올리는 ‘속 빈 강정’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백화점의 점포당 월 매출은 311억2000만 원으로 전년 평균(326억8000만 원)에 비해 5% 가까이 줄어들었다. 백화점 관계자는 “착석이 금지된 외부 카페 대신에 백화점 푸드코트를 이용하는 방문객이 대폭 늘었지만 이들이 상품 구매를 위해 다른 층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오히려 방역 수칙 위반의 위험성만 늘어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업계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행사 무대를 옮겼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17일까지 롯데온 내 롯데백화점몰에서 가을, 겨울 상품을 20∼30% 할인 판매한다. 백화점 정기세일 때 구매 금액에 따라 상품권을 줬던 행사는 구매액에 따라 최대 7%의 엘포인트를 주는 식으로 바뀌었다. 신세계백화점도 SSG닷컴 내 신세계몰에서 10일까지 선착순 6만 명에게 최대 22%의 할인쿠폰을 지급하는 등의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