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두아르 루이 뒤뷔프, 로자 보뇌르의 초상, 1857년
에두아르 루이 뒤뷔프는 19세기 중반 파리 화단의 주요 화가였다. 1853년 나폴레옹 3세 황제와 외제니 황후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초상화가로 이름을 날렸다. 이 그림은 1857년 살롱전을 위한 것으로, 모델은 당시 스타 화가였던 35세의 로자 보뇌르다. 뒤뷔프보다 연하였지만 생동감 넘치는 동물화로 이미 세계적 명성을 누리고 있었다. 화가의 딸로 태어난 보뇌르는 어릴 때부터 동물을 키웠고, 동물화로 유명해지기를 꿈꿨다. 화가가 된 뒤에도 토끼, 오리, 다람쥐, 염소, 암말 등과 함께 살았다. 들판에 나가 동물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스케치했고, 동물 해부학과 골격 구조를 공부하기 위해 도살장까지 다닐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보뇌르는 여러모로 파격적이었다. 머리를 짧게 잘랐고, 바지를 입었으며, 담배를 피웠고 여성을 사랑했다. 관습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표현이었지만 도살장이나 말 시장의 거친 남자들에게 추행당하지 않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평생 동물화를 그렸던 그녀는 모든 동물에게 영혼이 있다고 믿었고, 사람들을 동물로 특징짓는 걸 좋아했다. 뒤뷔프가 이 초상화를 그렸을 때, 원래는 테이블에 기댄 모습이었다. 보뇌르는 ‘지루한 테이블’ 대신 황소가 들어가야 한다며, 화가의 동의를 얻어 자신이 직접 그려 넣었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