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6일 수요일 맑음. 2666. #339 Children of Bodom ‘Silent Night, Bodom Night’ (1999년)
임희윤 기자
지금껏 북유럽 출장, 아니 북구 원정을 세 차례 갔다. 2017년 헬싱키의 하룻밤 일정만은 시내의 록 바 ‘더 리프’를 찾는 것으로 예약했다. 벽과 철장에 쇠사슬과 메탈 포스터가 가득한 것만 뺀다면 서울 홍익대 앞 느낌과 대동소이한 이 바의 뒤쪽에 숨은 ‘헤이트 라운지’를 순례하기 위해서다. 화장실 가는 척하며 들른 그 라운지의 문 앞엔 저 유명한 정중한 안내 문구가 걸려 있었다.
‘이 테이블은 오늘부터 2666년까지 칠드런 오브 보돔에게 예약돼 있습니다. 녀석들이 (헬싱키에) 돌아와 있을 때는 꺼져주시기 바랍니다.’
독특한 팀명은 이들의 출신지인 핀란드 에스포시(市)에서 가까운 ‘보돔 호수’에서 따왔다. 영국에 ‘잭 더 리퍼’가 있다면 핀란드의 대표 미제사건은 ‘보돔호 살인사건’이다. 1960년, 호숫가에서 야영하던 10대 남녀 넷이 무참히 살해됐는데 범인은 아직도 안 잡혔다.
그래서인지 칠드런 오브 보돔의 앨범 표지 모델은 대개 그림 리퍼(Grim Reaper·서구식 저승사자)다. 긴 망토 차림에 커다란 낫을 든 그는 호수의 얼굴 없는 살인마를 향한 살벌한 경고 같다.
밴드의 리더 알렉시 라이호가 지난해 12월 지병으로 별세한 사실이 5일(현지 시간)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41세. 저 야속한 ‘리퍼’는 애먼 사람을 먼저 데려갔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