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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 인증해야” vs “돼지 성분 없어”…무슬림 백신 접종 혼란

입력 | 2021-01-07 17:52:00


사진 뉴시스



이슬람권 국가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할랄 인증’ 여부를 두고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무슬림들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섭취 및 소비가 가능한 제품을 ‘할랄(Halal)’, 금지된 제품을 ‘하람(Haram)’으로 구분하는데, 보통 백신에는 돼지고기에서 추출된 젤라틴이 들어가 별도의 승인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전체 인구의 87%)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아도 되는지에 대한 이슬람 성직자들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 그리고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등은 자사의 백신 자체에는 젤라틴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논란이 되는 백신은 이미 인도네시아가 300만회 분 공급을 시작한 중국 국영 제약사 시노백의 백신이다.



이미 시노백은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 정부가 소유한 백신 제작업체 바이오 퍼마에 ‘돼지 성분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적은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이슬람 성직자들은 중국 측에 더 상세한 정보를 요구했다. NYT에 따르면 시노백의 추가 정보 제공은 이를 요청한 지 5개월 이상이 지난 이번 주에서야 이뤄졌다.

앞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백신 할랄 여부 검토 장기화가 접종률 저하로 이어질 상황을 우려해 “백신이 할랄인지 아닌지 걱정할 필요 없다.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긴급한 상황에 처해있다”며 백신을 맞을 것을 직접 촉구하고 나섰다. 무슬림 인구가 인도네시아보다 비교적 적은 말레이시아(61%)나 아랍에미리트(UAE)(76%)는 이미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할랄 인증 기구인 울라마위원회(MUI)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2018년 MUI는 돼지고기 성분이 들어간 홍역 백신 또한 금지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전체 인구의 95%가 백신을 맞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실제 접종률은 72% 그쳤고 약 1000만 명의 어린이들이 백신을 맞지 못했다. 호주 그리피스대의 디키 버드먼 전염병학자는 NYT에 “백신에 있어서는 투명성이야말로 중국에 요구되는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라며 세계에 자국 백신의 안전성을 인정받기 위해 모든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라고 촉구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