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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갖고 가자”…극우 시위대, 신생 SNS서 의회 난입 모의

입력 | 2021-01-07 21:36:00


6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부정 주장에 동조하며 워싱턴 의회를 점거한 시위대가 수 주 전부터 극우파가 즐겨 사용하는 신생 소셜미디어 ‘팔러’ ‘갭’ 등에서 의사당 난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큐어넌, 프라우드보이즈 등 유명 극우단체 회원, 보수 성향의 중장년 백인으로 추정된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시위대가 트위터, 페이스북 등 기존 소셜미디어는 물론 팔러, 갭 등 일반인에게 낯선 신생 소셜미디어에서 대규모 시위대 조직, 의회 난입 등을 모의했다고 보도했다. 기성 소셜미디어가 폭력 행위를 조장하거나 혐오 표현이 담긴 게시물을 강하게 제재하는 것과 달리 신생 소셜미디어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며 게시물 삭제, 제재 등을 단행하지 않고 있다.

2018년 개설된 팔러는 지난해 11월 기준 약 1000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했다. 한 해 전 등장한 팔러의 이용자 또한 100만 명이다.

시위대는 ‘경찰을 피해 의사당에 진입하려면 언제 어디서 모여 어느 길로 행진해야 하는지’ ‘의사당 문을 따기 위해 어떤 도구를 가져와야 하는지’ 등을 논의했다. 일부 시위대는 갭에 “최소 12명이 총기를 들고 의회에 가야 한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대통령 지지자 8000여 명이 가입한 페이스북 그룹에서는 진보성향 판사 및 정치인의 집주소까지 등장했다. 반트럼프 인사에 대한 전방위적 공격을 모의했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시위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도 곧바로 반응했다. 6일 오후 1시경 대통령이 시위대에 의회 행진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자 팔러와 갭에는 ‘의사당을 습격하라’는 게시물 수백 건이 바로 올라왔다. 오후 2시 20분경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할 용기가 없다”고 비판하자 즉시 ‘반역자 펜스를 체포해야 한다’는 게시물이 등장했다. 일부 시위대가 의사당 안에서 펜스 부통령을 붙잡아야 한다며 “펜스는 어디 있나”라고 외치는 동영상까지 등장했다.

스스로를 ‘큐어넌 샤먼’(점성술사)으로 칭하는 큐어넌 유명 회원 제이크 앙헬리(32) 또한 이날 난입에 동참했다. 상의를 탈의한 그는 얼굴에 성조기 분장을 하고 뿔 달린 모자까지 쓴 채 의회에 난입했다. 상원의장석을 점거한 후 각종 인증샷까지 찍었다. 무명 배우 출신으로 2019년부터 큐어넌 집회에 참석했으며 각종 음모 이론을 설파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방에 침입한 후 이 방의 한 책상 위에 왼발을 올려놓은 리처드 바넷(60) 역시 주목받고 있다. 남부 아칸소주에 사는 그는 이날 펠로시 의장의 편지까지 들고 나와 더 큰 유명세를 탔다. 역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인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25센트를 (봉투 값으로) 책상 위에 올려놨기 때문에 나는 도둑이 아니다”라며 대통령 반대파를 조롱했다.

트위터는 6일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를 ‘위대한 애국자들’이라며 옹호한 트윗을 잇따라 올린 것이 폭력행위 선동을 금지하는 자사 정책을 위반했다며 대통령 계정을 12시간 정지시켰다. 트위터 측은 “대통령의 게시물 3개가 반복적으로 우리의 정책을 위반해 게시물 삭제를 요청하고 계정을 정지했다”며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규정을 위반하면 계정을 영구 정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역시 비슷한 이유로 24시간 동안 대통령의 계정을 차단한다고 밝혔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