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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병원 '메디 스토리']저용량 항암제 지속 투여해 말기 대장암 극복

입력 | 2021-01-08 03:00:00

최근 인하대병원을 찾은 윤형준 씨(왼쪽)가 주치의 이문희 교수로부터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암세포가 보이지 않았다”는 설명을 듣고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 교수는 윤 씨에 대해 “긍정적인 사고와 철저한 자기관리, 식이요법을 통해 암을 완치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인하대병원 제공


윤형준 씨(77)는 2005년 가을 참을 수 없는 복통을 느꼈다. 윤 씨를 진료한 동네병원에서는 당장 큰 병원에 가볼 것을 권했다.

인하대병원을 찾은 윤 씨는 에스(S)결장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에스결장은 대장에서 직장과 결장이 만나는 곳에 S자로 굽어진 부위다. 이 부위에 암이 생긴 것을 대장암 중 에스결장암이라 부른다. 에스결장암은 대장암 가운데 직장암 다음으로 많이 발견된다.

인하대병원 외과 의료진은 곧바로 장 절제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수술 후 4개월 만에 배 안쪽의 면역기관인 림프절에서 암이 재발했다. 윤 씨는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증상완화제를 한 움큼씩 먹을 만큼 힘든 과정을 이어갔다. 부작용이 생기면서 손이 오그라들고 발 저림도 심했다. 암이 늑막까지 전이돼 가슴에 물이 찼다. 건강을 되찾겠다는 의지로 지독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더 악화됐다.

윤 씨의 모습을 지켜본 이문희 교수(혈액종양내과)는 ‘메트로놈 항암요법(Metronomic therapy)’이라는 새 해결 방법을 제시했다. 2007년부터 미국임상암학회 등에서 유방암과 대장암 말기 환자에게 메트로놈 항암요법을 사용했을 때 생존율이 높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오고 있었다.

기존 항암치료는 환자가 견딜 수 있는 최대치의 항암제를 사용해 가능한 한 많은 암세포를 한꺼번에 죽이도록 설계됐다. 이후 2∼3주 정도 쉬는 기간을 두면서 정상세포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데 부작용 때문에 환자의 삶의 질이 저하된다.

반면 메트로놈 항암요법은 작은 양의 항암제를 쉬는 기간 없이 지속적으로 투여하는 방식이다. 부작용을 줄이면서 지속적으로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윤 씨는 이 교수가 제안한 메트로놈 항암요법을 충실히 따르면서 에스결장암을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확신했다. 2006년 12월부터 2008년 4월까지 총 17차례의 메트로놈 항암요법을 지속하며 암세포가 모두 사라지는 효과를 봤다. 인하대병원에서는 메트로놈 항암요법으로 지금까지 모두 5명의 암 말기 환자를 치료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교수는 “암 환자에게 완치라는 표현을 쓰기 쉽지 않지만 윤 씨의 경우 10년 넘게 항암치료 없이 경과 관찰만 진행 중”이라며 “지난해 12월 촬영한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암세포는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암을 극복할 수 있다는 윤 씨의 긍정적인 마인드와 식이요법, 적절한 운동 등 철저한 자기관리와 의료진에 대한 신뢰가 암을 떨쳐내는 데 원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윤 씨는 “나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주치의를 비롯한 인하대병원 의료진을 보면서 삶에 대한 의지가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다.

대장암 예방과 조기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다. 대장암의 95% 이상은 용종이라고 불리는 작은 혹에서 발생하는데, 암이 되기까지 5∼10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미리 발견해 제거한다면 예방이 가능하다. 만 40세부터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붉은 고기와 가공육 섭취를 줄이고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먹는 것이 좋다.

인하대병원은 대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다학제 진료를 통해 최선의 치료해법을 추천하는 등 맞춤 의료를 제공한다. 각 분야 전문의의 의견을 모아 환자와 소통하면서 치료법을 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암 환자들이 수술 후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완치된 환자들의 특징을 보면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는 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