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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기업 성장 전략, “스타트업에게 물어보자” 2부

입력 | 2021-01-07 22:52:00


연재 개요 및 목차

최근 몇년 사이, 기존 기업들의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크게 늘어났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일어나는 시장 변화와 온라인화 요구에 따라, (기존 기업들이)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일은 필수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을 활용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잡거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전략은, 막상 실행하려면 굉장히 막연합니다. 기존 기업 경영진들이 스타트업을 경험하지 못했고, 사내에 스타트업을 이해하는 인력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전략 수립 조차 어려운 마당에 실행은? 더욱 어렵습니다.

이에 (기업 입장에서) 스타트업을 활용하고, 투자하기 위한 전략을 소개합니다. 또한, 실행을 위한 여러 아이디어를 5편에 걸쳐 연재합니다.

1.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기업 성장 전략, 스타트업에 물어보자.
2. 스타트업 활용 & 투자 전략 사례와 시사점
3. 스타트업 활용 & 투자 전략 실행 방안 (1) 세부 실행 전략별 특징과 현실적 기대
4. 스타트업 활용 & 투자 전략 실행 방안 (2) 스타트업 발굴과 협업 방법
5. 스타트업 활용 & 투자 전략 실행 방안 (3) 전담 인력의 내재화 필요성과 고려 사항

1부에서 이어지는 2부 기사입니다.

3. 희망은 스타트업에 있다

(1) 스타트업이 성장 전략의 핵심인 이유

스타트업은 동명의 드라마까지 나올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해진 용어입니다. 다만, 여전히 기존 산업과 스타트업 사이의 교류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기존 기업, 특히 대기업을 다니는 인력에게 스타트업은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아니면 완전 쪽박 정도로만 인식하는 위험 업체일 뿐, 그 실체는 잘 알지 못합니다.

실제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매우 빈약한 실적에 허덕이다가 몇 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합니다. 하지만, 이런 살벌한 옥석가리기에서 살아남은 업체는 갑자기 카카오로, 쿠팡으로, 우아한형제들로, 무신사로 성장합니다. 물론, 유명한 성공 사례는 몇 만개의 스타트업 중 하나 꼴이죠. 우리나라에서 한해 등록하는 신규법인은 10만개 이상이라고 하는데, 기업가치 1조 원대를 넘는 유니콘 업체는 10개 정도입니다. 과거 10년간 신규 법인 숫자가 100만개라면, 유니콘은 10만개 중 한개인 것이죠.

기존 산업 기업들과 별 상관도 없고, 성공 확률도 극도로 낮은 스타트업이 왜 기업 성장 전략의 핵심일까요?

너무나도 유명한 사례입니다만, 삼성전자는 아이폰 출시 전 스마트폰 운영 시스템을 불과 몇백억 원 수준으로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죠. 결국 해당 소프트웨어를 보유한 스타트업은 구글로 갔습니다. 몇 년 뒤 ‘안드로이드’로 나타났죠.

구글 안드로이드, 출처: 구글


최근 국내 신선식품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서 강자로 떠오른 스타트업 역시 몇 년 전 한 대기업에 지분투자를 제안했지만, 너무 비싸다고 거절했지요. 거절 이후에도 해당 스타트업은 더더욱 잘나가고 있습니다. 반면, 거절한 대기업은 온라인 커머스 분야에서 존재감을 상실하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M&A든 지분투자든 해당 스타트업과 관계를 맺었다면, 지금은 다른 상황에 놓였을 겁니다.

반면, 한 대기업은 자사가 보유한 콜드체인 물류를, 돈이 없어 콜드체인에 투자하지 못하고 어려워하는 식품 스타트업에게 오픈했습니다. 이후 해당 스타트업 매출은 매년 두배 이상 성장하고, 대기업 물류 시스템 가동율도 동반 상승하는 성공을 거뒀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개별적인 사례 몇 개에 불과합니다만, 각 사례가 이야기하는 것은 아주 간단합니다. 기존 기업 특히 대기업들은, 아무리 시장 상황이 안좋고 매출이 줄어들어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려도, 스타트업보다는 엄청난 자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만약 적절한 스타트업을 찾아내고, 이를 잘 활용한다면 획기적 성장 또는 신규 시장 개척 등 더 나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죠.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2) 스타트업 활용과 투자를 통한 성장 전략, Corporate Venturing

우리나라 기업들의 스타트업 협력은 GS홈쇼핑 같은 소수의 특이 케이스를 제외하면 불과 몇 년 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미국 등지에서는 이미 90년대 ‘벤처’ 붐과 함께 일반화된 경영 전략으로 발전했습니다.

대기업이 보유한 자원들, - 자금, 인력, 기술, 영업망, 물류망, R&D 역량, 브랜드 파워 등 - 을 활용해서 스타트업과 협업하고, 이를 통해 신규 성장 동력을 확보하거나, 운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들여다보거나, 조직문화를 자극하는 등 경영 목적을 달성하려는 일련의 움직임을 ‘Corporate Venturing’ 전략이라고 합니다.

내부적 Organic growth 전략의 느린 속도와 제한된 시장 접근 문제를 활력 높고 공격적인 신생업체와 협력해 극복하고, 대규모 M&A의 위험성을 다양한 스타트업에 분산투자해 줄여나가려는 접근입니다. 크게는 몇천억 원 펀드를 조성해 수백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작게는 불과 몇억 원 정도를 2~3개 스타트업에 투자해서 성과를 거두는 경우도 있죠. 때문에 개별 기업 사정에 맞춰 대단히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내부 성장 추구와 M&A 전략 중간 정도의 리스크에 상황에 따른 실행 유연성과 다양성을 갖춘 전략이라는 뜻입니다.

CV 전략 실행 형태는 대략 다음의 다섯가지 정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 펀드를 조성해서 다양한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한 뒤, 성장 추이에 따라 아예 계열사로 M&A하거나, 재무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Corporate Venture Capital(CVC) 및 전략적 투자(Strategic investment)’

- 외부 스타트업을 자사 R&D나 신사업에 활용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Open Innovation'

- 스타트업과 계약하거나 협업해 자사 Value chain 약점을 보완하거나 자산 활용도를 높이는 'Value Chain Partnering'

- 우리 회사에 도움될 수 있는 다양한 초기 스타트업을 모으고 양육하면서 신시장 Tapping은 물론, 사회 공헌까지 동시에 충족시키는 'Accelerating'

- 사내 구성원들이 가진 다양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이를 통해 조직문화를 활성하고 조직 활성화를 유도하는 '사내벤처'

스타트업 활용 및 투자 전략 개요, 출처: 필자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국내 최고 기업은 지난 몇 년간 매년 국내외 스타트업들 10여곳 이상 M&A하거나 전략적 투자 등을 통해 협력을 추진, 실체화하고 있는 4차산업혁명과 모빌리티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통신사들과 금융회사 등은 자사 플랫폼을 통해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서비스와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죠. 대형 포탈업체나 3N으로 불리는 대형 게임사 역시 많은 스타트업을 자사로 편입, 콘텐츠와 서비스 강화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기업도 자금을 투자해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설립/운용하죠.

투자가 부담스러운 중견업체들은 대기업이나 금융권이 진행 중인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 후원사로 참여해 스타트업과 접점을 넓힙니다. 사내벤처의 경우엔 이미 범용적인 프로그램으로 중견기업, 심지어 여러 공기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3) 현황 CV 전략 실행에서의 한계점과 시사점

굉장히 많은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진행하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미국 등의 사례에 비춰서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습니다. 국내 기업 매출 규모에 비교해도 아직 굉장히 작으며, 금융권은 특별한 전략적 목표 없이 그냥 CSR 차원에서 운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여전히 스타트업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아직 규모가 작은 것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CV 차원의 투자를 받고 유니콘이 된, 즉 모두에게 회자될만한 성공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재무투자 회사가 아닌 일반 기업이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고, 기업 전략과 CV를 연결시키는 전문 인력들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죠. 경영진이 스타트업을 이해하지 못해 가치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도 있습니다. 즉, 아직은 내부 성장 전략이나 M&A 전략만큼 매력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죠.

하지만 경영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국내 기업 중 R&D 가치에 눈을 뜬 기업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한 것은 80년대초였습니다. 이후 이들 중 선두 기업은 삼성전자와 LG전자로 성장했습니다. 제품 품질 관리와 마케팅에 눈 뜬 기업은 90년대 이후에 등장했고, 현대자동차와 SK로 성장했죠. M&A를 통해서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기업은 2000년대 이후 롯데와 두산이 증명했습니다. 그리고 2010년대 이후 네이버와 카카오는 스타트업과 다양하게 협업해 수많은 영역에 진출하면서도, 관리의 어려움을 겪거나 성장의 정체를 겪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선두 기업들이 전략의 선구자로 치고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산업 전체에 (당시에는 새로운) 전략이 하나의 상식으로 발전합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다만, 경영에서는 언제나 남을 뒤따르기만 하는 업체는 살아남기 힘든 법입니다.

코로나19 악몽으로 시작한 2020대는 수많은 이종 기업간의 경쟁, 예측할 수 없는 기술 발전, 소비자 변화, 그리고 더더욱 예측하기 어려운 국제 정세 등이 맞물려 기존보다 훨씬 빠른 혼돈과 경쟁의 세상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 기업이 내외부의 모든 도전을 자기 힘만으로 물리친다는 것은 자만입니다. 만약 이미 사업 정체의 위기를 겪고 있는 업체라면 더더욱 혼자 힘으로 그 늪을 빠져나오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덜컥 대형 M&A를 터뜨리는 것은 혼돈스러운 와중에 너무도 거대한 리스크를 떠안는 일입니다. 제대로 된 시너지를 내는 것도 난망이고, 기업 가치 파괴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때문에 이런 난국에서도 스스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고객의 새로운 니즈를 찾아내고, 새로운 조직 혁신 문법을 만드는 스타트업을 활용해 성장과 혁신을 추구하는 Corporate Venturing이 필요합니다. 아직 국내 기업에게 낯선 영역이기 때문에 섣불리 시작하고, 확대하기 부담스럽겠지만, 어차피 별다른 선택도 남아 있지 않은 시점입니다. 불확실한 만큼 경영자의 기업가 정신을 자극하는 새로운 전략이기도 하죠.

다음 글에서는 최근 국내 기업들의 다양한 스타트업 협업과 전략적 투자 사례 분석을 통해 아직 CV 전략을 채택하지 않은 기업 입장에서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시사점을 정리해보겠습니다.

글 / 이복연

(현) Corporate Venturing 및 전략적 투자 교육 전문 회사 패스파인더넷 공동대표
(현) 신한금융지주 신한스퀘어브릿지 ‘신한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메인 코치

한국IBM, 삼성SDI, 롯데미래전략센터 등에서 신사업 전략 수립 및 사업성 분석, 신시장 개척 및 해외 얼라이언스 파트너 발굴, 조직 혁신 프로젝트 등을 수행했다. 2016년 이후 판교스타트업캠퍼스, 신한두드림스페이스, 청년창업사관학교 등 다양한 스타트업 양육 프로그램에서 비즈니스 코치로 700여 이상의 스타트업을 만났고, CJ ENM, 농심 등 여러 대기업의 사내벤처 및 스타트업 관련 프로그램 교육을 진행했다.

정리 /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