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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먹거리 ‘수소’ 찍은 SK, 美수소기업에 1조6000억원 투자

입력 | 2021-01-08 03:00:00

‘플러그파워’ 美 톱3 기술 선도 기업… SK, 지분 9.9% 확보 최대 주주로
‘아시아 수소 생태계’ 구축 야심… 최태원 회장 ESG경영 힘실려




수소를 ‘차세대 주력 사업’으로 삼은 SK가 미국 수소 연료전지 기업 ‘플러그파워’에 총 1조6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7일 밝혔다.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수소 관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는 신호탄인 셈이다.

7일 SK㈜, SK E&S는 미국 플러그파워에 8000억 원씩, 총 1조6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이를 통해 SK는 플러그파워 지분 9.9%를 확보해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플러그파워는 1997년 설립된 수소 연료전지 개발 및 제조 기업이다. 미국 내 수소 관련 기업 중 기술 선도 기업 톱3로 꼽힌다. 매출은 2019년 기준 2억3023만 달러(약 2504억 원) 수준이지만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약 16조 원 수준이다.

플러그파워는 차량용 연료전지, 수전해(물에 전력을 공급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핵심 설비인 전해조, 수소 충전소 건설 등 다양한 수소 관련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아마존, 월마트 등 대형 창고를 운영하는 글로벌 유통기업에 수소 지게차 등을 공급하며 몸집을 키워왔다.

SK 관계자는 “플러그파워는 미국 전체 수소 지게차 공급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며 “미국 전역에 구축된 수소 충전소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대형 트럭 시장에도 진출했고, 수소 생태계 구축에 적극적인 유럽 시장으로 사업이 확장된다면 더욱 가파른 성장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플러그파워는 드론이나 소형 항공기 등 리튬이온배터리를 활용하고 있는 다양한 수요처를 발굴 중이다. 지난해 영국 소매업체인 아스다(ASDA)와도 수소 지게차 공급 계약을 맺으며 유럽 시장 진출의 첫발을 내디뎠다. 아직 태동기를 걷고 있는 수소 연료전지 시장이 곧 운·수송, 발전용, 가정용 등으로 사용처가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는 이번 플러그파워 지분 인수를 통해 한국을 넘어 아시아 수소 시장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손에 넣겠다는 계산이다. 플러그파워가 보유한 기술력을 활용해 SK가 구상하는 ‘수소 생태계 조성’의 현실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본다. 또 SK가 탄탄한 사업 네트워크를 보유한 중국, 베트남 시장에서 수소 관련 신규 사업 개발의 기회도 찾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플러그파워와 합작법인을 설립한 뒤 아시아 수소 시장에 공동으로 진출하는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SK는 수소 사업을 차세대 주력 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중심으로 한 지속가능한 경영 방식에 적합한 수소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앞서 SK는 에너지 관련 회사인 SK E&S, SK건설, SK이노베이션 등 관계사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수소 사업 추진단’을 신설했다. 이 조직은 SK그룹 계열사들의 역량을 모아 수소 사업 관련 전략을 실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2025년까지 총 28만 t 규모의 수소 생산능력을 갖추고 생산부터 유통, 공급 등 전 과정을 아우르는 수소 밸류체인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SK 관계자는 “SK그룹이 보유한 사업 역량과 다양한 외부 파트너십을 결합해 글로벌 수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키워나갈 방침”이라며 “한발 앞서 친환경 수소 생태계를 조성해 ESG 경영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