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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독소조항 남긴 채 중대재해법 본회의 처리하겠다는 국회

입력 | 2021-01-08 00:00:00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사고가 나면 기업주를 징역형에 처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중대재해법)을 어제 통과시켰다. 여야는 오늘 본회의에서 이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경제계가 국회와 여야 지도부를 찾아다니며 절박하게 재고(再考)를 호소했지만 여야는 외면했다.

법 공포 1년 뒤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자가 한 명이라도 사망하거나 2명 이상 중상을 입는 사고가 나면 기업주나 경영책임자, 하도급업체일 경우 원청회사 경영책임자까지 ‘1년 이상 징역, 10억 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는다. 형사처벌 하한(下限)을 원안의 2년에서 1년으로 낮췄지만 “(다른 나라처럼) 하한 대신 상한으로 해 달라” “반복 사망 사고에만 적용해 달라”는 경제계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제계 반발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어떤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처벌하는지 명확하지 않아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업원 5인 이상 사업장은 처벌 대상에 포함하고 4인 이하인 사업장은 빼주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 여야가 노동계 눈치를 보며 졸속입법을 하면서 소규모 자영업자 표는 놓치지 않겠다는 ‘계산’이 들여다보인다. 장관, 지자체장 등 공무원을 처벌 대상에서 쏙 뺀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건 중요하지만 처벌만 강화한다고 해서 저절로 산업재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무리한 처벌은 오히려 일자리만 줄이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처벌을 피하기 위해 대기업은 중소기업 하청을 줄일 것이고, 외국 기업은 한국에서 사업을 접으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업인은 한국을 떠나라는 법’이라며 경제계가 반발하는 이유를 여야 의원들은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