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구입비용은 5000만달러 추정… 美은행 안거치는 구입경로도 원해 韓대표단 현지 도착… 협상은 미지수 이란 대통령, 작년 文대통령에 친서… “외교부 대신 靑 직접 나서야” 지적
고경석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이 이란에 나포된 한국 국적 선박과 억류된 선원들의 석방 문제를 협상하기 위해 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란으로 출국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천=뉴시스
정부 대표단장인 고경석 아프리카중동국장은 이날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이란 외교부 및 (동결 대금으로 인도적 지원을 하는) ‘인도적 교역 워킹그룹 회의’ 관계자를 만날 것”이라며 나포 선박 석방 문제뿐 아니라 동결 자금을 활용한 백신 구매도 함께 논의를 시도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표단이 이란에 도착한 7일은 이란의 휴일이다. 이란은 목, 금요일에 쉰다. 이 때문에 이란 정부가 바로 대표단과 만나 줄지는 불확실하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이란 사정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란이 지난해부터 동결 대금을 활용해 10억 달러어치의 의료 물자 등을 수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한국 외교부에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직접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두 차례 친서를 보내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을 요청했다는 것. 이 소식통은 “문 대통령이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을 줬지만 외교부가 미국의 이란 제재 위반을 우려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이란 당국이 크게 실망하며 불만을 표시했다”고 했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친서와 10억 달러 문제에 대해 “외교 관행상 정상 간 교환 행위를 확인해주지 못한다”면서도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백신-동결 자금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10일 이란을 방문하더라도 쉽게 결론이 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로하니 대통령이 나서서 문 대통령에게 직접 해결을 요구해오는 등 한-이란 간 불신이 깊은 만큼 외교부가 아니라 청와대가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외교부는 “주이란 한국대사가 6일 선박 내에 머물고 있는 우리 선원과 직접 면담하고 안전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들 중 1명이 복통을 호소해 치료를 받았고 지금은 호전됐다”고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