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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디지털 전환이 LG의 미래”… AI-전기車부품 투자 가속

입력 | 2021-01-08 03:00:00

2021 새해특집
[재계 세대교체, 디지털 총수 시대]<5> 구광모 ㈜LG 대표




2018년 9월, 취임 후 첫 현장경영 행보로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찾은 구광모 ㈜LG 대표(오른쪽)가 연구원과 함께 ‘투명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살펴보고 있다. ㈜LG 제공

LG전자는 7일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TV 광고·콘텐츠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알폰소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알폰소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인공지능 영상 분석 솔루션을 갖추고 북미에서 1500만 가구의 TV 시청 및 광고 데이터를 확보한 업체다. LG전자는 이 회사에 8000만 달러(약 870억 원)를 투자해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했다.

알폰소 인수는 LG가 단순 TV 제조사를 넘어 TV에 들어갈 콘텐츠와 광고 등 소프트웨어 분야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고객의 시청 습관을 파악해 TV에 적용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도 있다. 박형세 LG전자 HE사업본부장은 “디지털 전환을 기반으로 사업 구조를 고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불과 2주 전인 지난해 12월 23일 전기자동차부품회사 마그나와 합작 법인 설립을 발표한 직후 알폰소 인수를 성사시킨 데 대해 구광모 ㈜LG 대표의 주요 사업 디지털 전환 드라이브라는 해석이 나온다.

○ 공대 출신 ‘디지털 총수’의 선택과 집중

2018년 6월 ‘40대 총수’ 구광모 ㈜LG 대표(43) 앞에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라는 무거운 숙제가 놓여 있었다. 생활가전 외에는 1등이라고 할 만한 사업이 마땅치 않았고 반도체 같은 캐시카우(Cash cow·현금 창출원)도 없었다.

입사 후 20여 년 동안 경영 수업을 받은 뒤 총수에 오른 고 구자경 명예회장이나 고 구본무 회장과 달리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한 구광모 ㈜LG 대표의 경영 수업 기간은 12년으로 짧았다. 구 대표는 ‘숙제’의 답을 기술 혁신과 디지털 전환에서 찾았다

구 대표는 5대 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한 공대 출신으로 꼽힌다.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인공지능(AI) 관련 스타트업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다. 국제백신연구소에 사재 10억 원을 기부할 정도로 사회를 움직이는 기술에 관심이 많다. 취임 이후 첫 현장경영도 기술이었다.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연구개발(R&D)을 강조했다.

구 대표는 2019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LG의 미래를 “전자-화학-통신 3대 축으로 준비하겠다”고 약속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LG전자의 자동차부품사업(VS), LG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그룹 차원의 AI 등 확실한 미래 성장 동력에는 단기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주문했다. 반대로 핵심이 아닌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했다. LG전자의 수(水)처리 사업 자회사, LG화학의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판 사업,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 사업을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구 대표식 선택과 집중이 빛을 본 대표적 사례는 LG전자의 ‘아픈 손가락’ 자동차부품 사업이다. 2013년 신설된 LG전자의 VS본부는 ‘만년 적자’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 LG전자가 글로벌 3위 자동차부품 기업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손잡고 자동차부품 회사를 세우기로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LG는 마그나의 글로벌 고객 네트워크를 딛고 세계적 부품회사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 합작사 설립 발표 당일 LG전자 주가는 12년 만에 상한가를 기록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G전자(파워트레인, 인포테인먼트. 헤드램프), LG에너지솔루션(배터리), LG이노텍(통신부품), 차량용 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 그룹 전사적으로 자동차 부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고 했다.

LG의 변화에 시장도 호응했다. 구 대표가 취임한 2018년 6월 29일 93조6000억 원이었던 LG그룹 시가총액은 6일 기준 152조9000억 원으로 60조 원가량 늘었다.

○ AI 바탕으로 전사적 ‘디지털 전환’에 속도

“첫째,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를 AI로 만들어 달라. 둘째, 그룹 차원의 디지털 전환에서 AI로 중요한 역할을 해 달라.”

구 대표는 LG AI연구원을 출범하면서 배경훈 연구원장에게 이같이 당부했다. LG AI연구원은 구 대표가 추진해 만든 전사적 AI 전담조직이다. 배 원장은 “주력사업뿐만 아니라 업무방식까지 모두 디지털로 전환하고, 일부 계열사가 아닌 전 계열사가 한번에 전환하는 방식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LG AI연구원에는 구 대표가 그리는 LG의 미래가 담겨 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AI연구원에는 차장, 부장 같은 직급이 없다. 직원의 역량은 논문 실적, 프로젝트 성과 등으로 매년 평가해 7단계로 나눠 등급을 매긴다. 이 등급만을 기준으로 보상이 이뤄진다.

이렇게 모은 인재들은 LG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이다. 현재 추진 중인 과제 중 인터넷TV(IPTV) 고객이 콜센터에 전화하기 전에 문제를 먼저 파악하는 서비스가 있다. IPTV 고객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측하는 모델을 AI로 만들어 고객이 불편을 호소하기 전에 미리 찾아 해결하는 것이다. LG AI연구원은 각 계열사가 추진 중인 100억 원 이상 규모의 사업에 AI를 가미해 문제 해결을 돕는다는 계획을 실현하고 있다.

홍석호 will@donga.com·서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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