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외통위 회의에서 국민의힘 등 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동아일보DB
김지현 정치부 기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7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 사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두고 미국 의회가 청문회를 열기로 하는 등 ‘민주주의에 어긋난다’고 지적해 온 상황을 역으로 비판한 것이다.
미국 민주주의 역사상 유례없는 오점으로 기록될 이번 사태에 대해 다른 해외 지도자들도 일제히 메시지를 냈다.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이날 자국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의 민주주의 제도는 강하며 모든 것이 곧 정상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고,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도 “미국 민주주의의 힘을 믿는다”고 했다. 의회 의사당을 불법으로 점거한 폭력 시위대를 겨냥해서는 강도 높은 규탄 메시지를 발표하면서도, 이번 사태로 큰 충격을 받은 미국인들을 향해서는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어떤 동맹국 정치 지도자도 송 위원장처럼 미국 상황을 비꼬며 역으로 공격한 메시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더군다나 민주당이 북한 인권을 외면했다고 비판받는 것과 이번 트럼프 지지자의 불법 의회 점령 사건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민주당이 스스로의 과오를 덮기 위해 무리하게 수준 이하의 정치적 수사를 보여줬다는 지적도 불가피해 보인다.
무엇보다 송 위원장을 필두로 한 국회 외통위 의원들은 20일(현지 시간) 열리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미국을 찾는다. 외통위원장이 미국의 비극적 정치 상황에 조롱에 가까운 논평을 하는 것이 우려스럽다.
송 위원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직후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포로 폭파 안 한 게 어디냐”는 발언을 시작으로 숱한 설화를 일으켰다. 가뜩이나 이란의 한국 선박 나포 등으로 한미관계는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민감해진 시점이다. 입법부 외교수장인 외통위원장이라면 동맹관계에 불화를 일으킬 언행은 자중해주길 바란다.
김지현 정치부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