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풀죽은 배구 거함들… 잠수냐 침수냐

입력 | 2021-01-08 03:00:00

바닥 추락한 삼성화재-현대캐피탈




‘배구 명가’는 상처받은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까.

이번 시즌 V리그 남자부에서는 처음 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리그를 대표하는 전통의 명문이자 대표적인 라이벌인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 7일 현재 7개 구단 가운데 각각 6, 7위로 꼴찌 경쟁을 하고 있어서다.

만약 이대로라면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처음으로 두 팀이 모두 빠진 채 포스트시즌이 열릴 수도 있다. 챔피언결정전 8회 우승을 한 삼성화재와 4회 정상에 오른 현대캐피탈의 역대 가장 낮은 순위는 5위다.

두 팀의 부진은 예견된 결과다. 삼성화재는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왔던 라이트 박철우(36)를 자유계약선수(FA)로 떠나보냈다. 한국전력이 FA 역대 최고액(3년 총 21억 원)을 제시하며 박철우의 마음을 잡았다. 현대캐피탈은 공수 양면에서 팀의 중심 역할을 해내던 레프트 전광인(30)이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입대(상근예비역)한 데다 레프트 문성민(35)은 왼쪽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실전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센터 신영석(35)까지 한국전력으로 떠나면서 전력이 급격히 약해졌다.

외국인 선수들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드래프트 2순위로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은 바르텍(31)은 제 몫을 하지 못해 시즌 도중 퇴출됐다. 두 시즌째 현대캐피탈에서 뛰고 있는 다우디(26)도 열심히는 하지만 파괴력이 지난 시즌만 못하다. 삼성화재의 경우 과거와 같은 전폭적인 투자가 사라진 것이 성적 부진으로 연결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본기의 팀’이라고 불렸던 삼성화재는 수비에서, ‘높이의 팀’ 현대캐피탈은 속공, 서브에서 각각 최하위에 처져 있다.

전문가들은 두 팀의 부진을 “리빌딩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이라고 평가한다. 지난해 11월 한국전력과 트레이드를 통해 팀의 주장이자 국가대표 센터인 신영석을 보내고 장신 세터 김명관(24)을 영입한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45)은 군에서 복귀한 레프트 허수봉(23), 신인 레프트 김선호(22), 리베로 박경민(22) 등 20대 초반 선수들을 주전으로 기용하며 팀 체질을 바꾸고 있다. 최 감독 스스로 ‘청소년배구단’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이세호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시즌 초반 팀 전력을 유지했으면 중위권은 했을 것이다. 그러나 향후 우승을 목표로 하는 현대캐피탈로서는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시점이라고 본다. 팬들로선 아쉽지만 한두 시즌 후의 미래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부터 삼성화재를 맡은 고희진 감독(41) 또한 레프트 신장호(25), 라이트 김동영(25) 등 새 얼굴에게 기회를 주며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난 시즌 전체 8득점에 그쳤던 김동영은 외국인 선수의 빈자리를 훌륭히 메우며 팬들에게 ‘킹동영’으로 불리고 있다.

새해 들어 두 팀의 분위기는 좋다. 삼성화재는 5일 1위 KB손해보험을 꺾고 4연패에서 탈출했다. 현대캐피탈은 6일 2위 대한항공을 누르고 2연승을 기록했다. 반가운 소식도 있다. 삼성화재는 새 외국인 선수 마테우스(24)가 이달 중순 자가 격리를 마치고 팀에 합류한다. 현대캐피탈 문성민 역시 2, 3주 내에 출격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천식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과거 두 팀이 늘 승리하는 팀이었다면 지금은 상대에게 ‘져선 안 되는 팀’으로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오히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두 팀에 큰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