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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세종연 이사장에 문정인… 너무한 ‘연정라인’ 요직 獨食

입력 | 2021-01-09 00:00:00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가 지난해 12월 세종연구소 이사장에 선임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세종연구소는 정부의 외교 안보 통일 전략을 심층 연구하는 싱크탱크다. 특보는 무보수 명예직인 데 비해 이사장은 3년 임기의 상근직으로 외교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자리다.

문 특보의 이사장 선임은 외교안보 분야에 광범위하게 구축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일명 ‘연정라인’ 피라미드의 정점을 찍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외교안보 분야에서 유독 연세대 정외과 출신이 약진했고, 문 특보는 사실상 연정라인의 좌장이다.

연정라인이 우리나라 외교안보 분야 요직을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특정 학맥이 이렇게 독식을 해도 되는가’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외교부의 경우 강경화 장관을 비롯해 1·2차관과 국립외교원장이 모두 연정라인이다. ‘품행’ 논란으로 국가안보실 2차장을 사퇴했던 김기정 전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지난해 말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자리를 꿰찼다. 국정원 1차장에도 연정라인이 승진 기용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 멘토로 알려진 문 특보는 한미동맹 등 민감한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아슬아슬한 발언도 잦았다. 그럼에도 3년 8개월 동안 특보로 활동하며 현 정부의 외교안보 이데올로기를 온몸으로 설파해 왔다. 한때 주미 대사 얘기가 나왔지만 무산되면서 대통령에게 마음의 빚이 있었을 것이다. “청와대 낙점은 아니다”라는 연구소 측 설명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지금은 미국에 바이든 새 정부가 들어서고 미중 관계, 북미 관계에 큰 변화가 예고되는 상황이다. 특정 학맥이 폐쇄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주거니 받거니 요직을 나눠먹는 현실에서는 의견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국익을 위한 균형 잡힌 의사결정을 할 수도 없다. 연정라인의 지나친 외교안보 분야 요직 독점을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