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프로야구 세계 첫 개막 관심… 각국 방출선수들 대만서 몸키우기 차후 美-日등 상위리그 진출 많아… KBO도 올 대만리그서 2명 영입
2020시즌 대만프로야구 중신에서 10승 8패 평균자책점 3.80을 기록한 아리엘 미란다. 2021시즌에는 두산 선발의 한 축을 담당한다. CPBL 인스타그램
○ 코로나19 방역 성공, 평소 같았던 대만 야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 스포츠를 멈춰 세웠던 지난해 봄. CPBL은 지난해 4월 11일 전 세계 프로야구 리그를 통틀어 최초로 개막을 선언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대만 리그에서 활약하는 자국 및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상이 온라인 중계 등을 통해 전 세계 야구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CPBL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개막 일주일 뒤 자신의 트위터에 “(시차로) 밤늦은 시간까지 안 자거나 일찍 일어나 우리와 함께 CPBL을 응원해주는 전 세계 팬들께 감사드린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던 초기부터 외국인 입국 금지 등의 선제적 조치를 하고 있는 대만은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구가 약 2385만 명으로 적지 않은 편이지만 8일 현재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822명, 사망자는 7명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신규 확진자가 없는 날이 많다. 사실상 코로나19가 종식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무관중으로 개막했던 CPBL은 단계적으로 관중 입장을 허용하기 시작했는데, 지난해 11월 열린 CPBL 대만시리즈는 ‘코로나19 이전 시절’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퉁이와 중신이 맞붙은 대만시리즈 7차전에는 1만5600명의 만원 관중이 타이중인터콘티넨털구장을 찾아 열띤 응원을 펼쳤다.
○ ‘안전한 곳’으로 빅네임 우르르
외국인 선수들이 자신이 몸담을 팀을 찾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과거부터 최우선 순위는 ‘돈’이다. 경쟁이 치열한 자국 하위 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다 해외 리그로 이전한 뒤 대성공을 거둬 큰돈을 번 선수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한국프로농구의 경우에도 2020∼2021시즌을 앞두고 보통 때 같으면 한국을 찾지 않을 ‘빅네임’들이 대거 한국행을 택하기도 했다. 야구도 마찬가지.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메이저리그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한 선수들이나 KBO리그에서 방출된 선수들이 대만으로 눈길을 돌린다. 2017시즌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투수 헥터 노에시(34), 지난해까지 키움 에이스로 활약한 제이크 브리검(33) 등 KBO리그 출신 7명이 2021시즌 CPBL에서 뛴다. 이들은 대만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한국이나 일본 등 상위 리그의 부름을 기대하고 있다. 2018시즌 NC에서 활약하다 미국으로 간 투수 왕웨이중(29)도 지난해 9월 열린 CPBL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며 자국 리그 복귀를 결심했다. 1순위로 웨이취안에 지명돼 2021시즌 CPBL 데뷔를 앞두고 있다. 외국인 선수뿐 아니라 빅리거 꿈을 키우던 자국 선수까지 속속 대만에 모이며 리그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해 스카우트를 보내 선수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어렵다. 마이너리그에서 유망주로 평가되는 선수들이 안전한 곳을 선호하고 있는데 대만이 선택지 중 하나다. 한 수 아래라고 등한시해서 안 된다”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