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한 것들의 세계/매슈 D 러플랜트 지음·하윤숙 옮김/524쪽·2만2000원·북트리거
그러나 암에 걸리는 코끼리는 거의 없다. p53이라는 유전자가 암에 걸릴 만한 돌연변이 세포를 자살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연구자가 코끼리를 연구해 인간이 암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인간과 유전자가 약 4분의 3이 비슷한 코끼리는 인류 최대의 난제를 풀어줄지도 모른다.
이처럼 저자는 여러 ‘굉장한’ 생물들에게서 인간의 희망을 엿본다. 우리 주위에 있는 생명체들을 통해 인류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파헤친다. 학술적 조사뿐 아니라 현장 취재도 병행한다. 연구자들을 찾아가 인터뷰하고, 살아있는 동물들을 찾아 나선다.
1초에 자기 몸길이의 300배 넘게 이동하는 ‘빠른 것’ 진드기는 더 빠른 이동수단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인간보다 4억 년 먼저 지능을 갖춘 ‘똑똑한 것’ 문어에게서 인간의 지능을 더 발달시킬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다.
극한의 진화를 보여 주는 최상의 생명체들을 만난 저자는 “솔직히 말해서, 인간은 대자연이 아주 오랫동안 지속해 온 것들을 종말로 이끄는 재능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선 오랫동안 살아남은 생물들에게 배움을 청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라도 이런 작업을 잘할 수 있다”며 주위에 있는 생물들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한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