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랄프 게오르크 로이트 지음·김태희 옮김/1055쪽·3만9000원·교양인
1928년 5월 독일 신문 포시셰 차이퉁이 게재한 논평의 일부다. 제국의회 선거를 앞두고 나치당의 베를린 관구장 요제프 괴벨스(1897∼1945)가 다른 정당의 선거 집회를 방해하는 공작을 벌인 사실을 비판한 것이다.
괴벨스의 불법적 행위에 유일하게 실질적 제동을 건 존재는 베를린 사법 당국이었다. 법원 소환장을 받아 든 괴벨스는 “이제 나는 제국의회에 입성해 형사소추 면책권을 가질 때가 됐다”며 분개했다. 그는 선거 결과를 낙관했지만 나치당은 그해 득표율 2.6%라는 최악의 결과를 맞았다.
“새 신문에 실리는 글과 이미지의 목표는 정보 제공이 아니다. 독자에게 끼치는 영향은 모호함 없이 뚜렷한 목표를 갖고 일관성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독자의 모든 사고와 정서를 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이 주장은 “전투력의 분산을 막으려면 대중에게 둘 이상의 적을 보여주지 말라”는 아돌프 히틀러의 견해와 연결된다. 독일의 역사학자이자 언론인인 저자는 1990년 발표한 이 책의 머리말을 “왜 하필 괴벨스에 대한 책인가?”라는 질문으로 열었다. 76년 전 불탄 시체로 발견된 괴벨스의 생애를 샅샅이 훑은 이 책을 지금 다시 읽을 까닭을 묻는다면 무엇일까.
1928년 나치당이 선거에서 패배하고 불과 5년 뒤 괴벨스는 독일의 제국국민계몽선전장관으로 임명됐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결코 물러나지 않겠다는 결의를 갖는다면 국민 전체의 지지를 획득할 수 있다”고 강변했다. 36세의 선전장관은 ‘전체주의 국가에 자연스럽게 복무하는, 국민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게 해 주는 선동의 도구’로 특히 라디오 방송을 애지중지했다.
“한 줌뿐인 가증스러운 선동가들”이라며 한때 기세등등하게 나치당의 리더들을 비난했던 포시셰 차이퉁은 1934년 괴벨스 장관의 지시에 따라 합법적으로 폐간됐다. 이 신문이 신뢰했던 민주주의 시민의 논리적 이성은, 감성을 뒤흔드는 선동에 신기루처럼 빠르게 무너졌다. 현대 민주주의 시민의 이성은 그때보다 강인해졌을까. 누가 그렇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