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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미신은 곧 스스로를 속이는 것

입력 | 2021-01-09 03:00:00

◇믿습니까? 믿습니다!/오후 지음/384쪽·1만6000원·동아시아




당신은 미신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 병원 엘리베이터에 4층이 없는 걸 보고는 ‘그럴 수 있다’며 넘기고, 새해가 시작되자 신년 운세를 확인한다. 이름을 쓸 때 빨간 펜을 꺼리며, 등산로 주변 돌탑에 ‘소원을 들어 달라’며 돌을 쌓아 올린다. 유튜브에선 미신에 빠져 “지구는 평평하다”고 외치는 이들의 모습도 자주 보인다.

당신이 얼마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든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미신에 둘러싸여 산다. 저자는 “우리를 속이는 건 점쟁이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라며 “우린 지금도 기꺼이 속는다”고 말한다.

사주를 믿지 않지만 직접 1년간 스승 밑에서 사주를 공부했던 저자는 앞서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주인공은 선을 넘는다’ 등을 펴내며 매번 눈길을 끄는 이야기로 독자와 만났다. 이번에는 ‘근거 없는 믿음’인 미신에 천착해 초기 인류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미신의 역사,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그는 “역사상 최고의 미신”이라는 농경문화도 별다른 근거 없이 인류가 ‘풍요’를 믿었기에 지속됐다고 주장한다.

점성술에 빠져 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자신의 손금으로 운명을 점쳐 본 알렉산더 대왕, 심령술에 빠졌던 작가 코넌 도일 등 미신에 심취한 유명인 사례도 흥미롭다. 책의 모든 내용을 역사적 관점에서 엄격하게 재단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저자는 결국 좋든 나쁘든 미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 자신과 인류의 숙명을 일깨운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