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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몰린 트럼프 ‘승복선언’… 美민주당 “해임 안하면 탄핵추진”

입력 | 2021-01-09 03:00:00

美 시위대 의회난입 파문 확산
펠로시 “대통령 권한 중단 불응땐 의회가 탄핵절차 준비하겠다” 압박
NYT “펜스, 혼란 우려해 해임 반대”
검찰, 난입선동 기소 가능성 시사… 교통-교육장관 등 각료들 줄사퇴




바이든도 펠로시도… 트럼프 질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7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의 의회 난입 사태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주의에 끊임없는 공격을 가한 결과”라고 질타했다(왼쪽 사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같은 날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수정헌법 25조를 동원해 트럼프 대통령을 해임할 것을 촉구하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대통령을 몰아낼 것을 요청한다. 응하지 않으면 의회가 탄핵 절차를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윌밍턴·워싱턴=AP 뉴시스

임기가 2주도 채 남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로 탄핵 위기에 몰렸다. 야당인 민주당은 현 정부 내각에 트럼프 대통령을 해임하라고 요구하면서 “응하지 않으면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 와중에 워싱턴 연방검찰은 시위대의 의사당 난입을 부추겼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기소 가능성까지 내비쳐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 벼랑 끝으로 몰리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뒤늦게 시위대를 향해 ‘폭력 단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순탄한 정권 이양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것도 궁지에 몰린 자신의 처지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7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25조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을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해임 사망 사임 등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부통령이 권한을 대행하도록 했다. 부통령을 포함한 내각 과반수가 ‘대통령이 권한과 의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데 찬성하면 부통령이 권한 대행을 맡는다.

펠로시 의장은 “부통령과 내각이 응하지 않으면 의회는 탄핵 절차를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직무를 계속 수행하면 안 되는 매우 위험한 인물”이라면서 “앞으로 남은 임기 13일이 미국에 매일 ‘공포 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성명을 내고 대통령 해임을 요구했다. 슈머 대표와 펠로시 의장은 대통령 해임을 촉구하기 위해 펜스 부통령에게 전화했지만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펜스 부통령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 해임을 강행하면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해임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이나 탄핵 추진에 관심이 없다고 CNN이 보도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20일 취임식 준비, 집권 후 추진할 정책 등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임과 별개로 의회가 직접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탄핵을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일한 오마, 데이비드 시실리니 등 민주당 하원의원 13명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공개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며칠 남지 않은 데다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하원의 절반 이상, 상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해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다짐하며 사실상 대선 결과에 승복하는 연설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영상 메시지에서 “의회가 대선 결과를 인증했고 새 행정부는 1월 20일 출범한다”며 “순조롭고 질서 있는 정권 이양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승복’이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쓰지 않았고 바이든 당선인을 축하하지도 않았지만 자신의 임기가 끝난다는 것을 시인했다는 점에서 미 언론은 사실상 승복 선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나의 훌륭한 지지자들, 여러분이 실망했다는 걸 안다”며 “그러나 우리의 놀라운 여정은 이제 단지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 ‘여행의 시작’ 표현이 4년 후 대선 재출마 의사를 내비친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6일 시위대의 난입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보던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선거인단 개표 결과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확정 작업이 무산될지 모른다는 기대로 흥분해 ‘완전히 괴물(total monster)’ 같은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이 시위대를 두고 “우리 쪽 사람들은 폭력배가 아니다”라고 두둔했고, 시위대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 펜스 부통령을 향해 거듭 분노를 표시했다고도 전했다.

행정부 주요 인사의 사퇴 행렬은 7일에도 이어졌다. 이날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부인인 일레인 차오 교통장관, 베치 디보스 교육장관, 타일러 굿스피드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 엘리노어 매캔스카츠 보건복지부 차관보 등이 사임 의사를 밝혔다. 하루 전엔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 스테퍼니 그리셤 영부인 비서실장, 대통령비서실장 대행을 지낸 믹 멀베이니 북아일랜드 특사 등이 사퇴했다.

시위대의 의회 난입 사태를 수사 중인 워싱턴 연방검찰의 마이클 셔윈 검사장 대행은 대통령에 대한 수사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의회에 들어간 사람뿐 아니라 이들을 도운 사람도 모두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시위대와 몸싸움을 벌인 의회 경찰 1명이 숨져 이번 사태로 숨진 사람이 총 5명으로 늘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조종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