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곤 부장판사 ‘국가면제’ 관련 다른 위안부 재판 자료 등 요청 주권면제론 인정한 ICJ 결정도 “소수의견 도움될 수 있어” 조언
지난해 4월 24일 서울중앙지법 558호 법정.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에서 김정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48·사법연수원 28기·사진)는 원고 측 소송대리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사건에서 국가면제 원칙이 적용되면 안 된다는 원고 측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근거 자료가 부족하다며 추가 자료를 요청한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이번 소송 내내 소송지휘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재판부가 정확한 판단을 위해 원고와 피고 측에 추가 자료 제출 등을 요구하는데, 피고가 없는 이번 소송에선 원고 측에 자료 제출 요구가 집중됐다. 김 부장판사는 2016년 1월 소송이 제기된 후 일본 정부의 송달 거부 등으로 인해 4년간 재판이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을 끝내고, 지난해 1월 전격적으로 송달이 간주된 것으로 보는 ‘공시송달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특히 원고 측이 국가면제 원칙을 인정한 국제사법재판소(ICJ)의 결정문이 불리할 수 있다며 제출하지 않은 것을 두고 “ICJ가 국가면제 원칙을 인정했지만 소수 의견을 보면 원고 측의 법리 주장에 하나의 큰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김 부장판사가 주도한 재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 부장판사는 2002년 울산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한 20년 차 법관이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평소 정치색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판사”라고 했다.
유원모 onemore@donga.com·박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