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미사 ‘-스럽다’는 그러고 보니 우리 사회에서도 여전히 세를 떨치고 있다. 웬만한 말에 붙어 새말을 만들어내는 중이다. 한 달 전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북한스럽다’는 표현도 그중 하나다. “코로나로 인한 도전이 북한을 ‘북한스럽게’ 만들었다”는 강 장관의 발언에 북한은 “망언을 두고두고 기억하겠다”며 발끈했다. 아마도 ‘북한스럽다’란 말에 배알이 뒤틀렸기 때문일 것이다.
‘-스럽다’가 위력을 보인 해는 2003년이다. 참여정부 출범 초에 마련된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들 간 대화의 자리에서 날 선 질의응답이 오갔다. 이를 지켜본 누리꾼들이 만든 신조어가 ‘검사스럽다’이다.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윗사람에게 대드는 버릇없는 행태를 빗댄 것이다. 이 말은 그해 국립국어원 신어사전에까지 올랐다.
2015년 TV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가 탄생시킨 ‘모스트스럽게~’를 기억하시는지. 이 말, 외래어에 ‘-스럽다’가 붙은 형태다. 극 중 모스트의 편집장이 말끝마다 외치는 “모스트스럽게~”는 무엇을 하든 그 이상을 바라는 마음을 잘 나타낸 까닭에 그해 유행어로 자리매김했다. 이와는 달리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없이 어수룩한 데가 있다’는 뜻의 ‘촌스럽다’는 여전히 촌티를 벗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일각에서 어수룩해지려고 귀촌하는 게 아니므로 “농촌과 함께 삶을 가꾸려는 마음가짐” 같은 뜻풀이를 ‘촌스럽다’에 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스럽다’가 기존의 어법을 벗어나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건 우리네 삶이 팍팍하고 불미스러운 일이 자주 생겨서일 것이다. 앞으로도 유행어는 계속 나오겠지만 긍정적 의미로 쓰이는 일이 많았으면 한다.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