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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시설 싹 들어내라” 1년여만에… 北 ‘금강산 독자개발’ 재천명

입력 | 2021-01-10 13:22:00

제8차 당 대회 사업총화 보고
“금강산지구, 우리식으로 전변시켜야”
새 5개년 계획 단계별 진행 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지구를 우리 식의 현대적인 문화관광지로 전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강산 관광지구의 독자 개발 의지를 다시 드러내면서 남측 관광시설 철거를 재시사한 것이다.

지난 9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한 제8차 당 대회 사업총화 보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금강산관광지구 총개발계획에 따라 새로운 5개년 계획기간에 연차별로 단계별로 진행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고성항 부두에 있는 해금강호텔을 비롯한 시설물들을 모두 들어낼 것”을 지시하며 “인민의 정서와 미감에 맞게 고성항해안관광지구와 비로봉등산관광지구, 해금강해안공원지구와 체육문화지구들을 특색있게 꾸리라”고 했다.

북한이 금강산 독자 개발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벌써 세번째다. 앞서 지난달 20일 김덕훈 내각총리는 금강산 관광지구 현장을 시찰하면서 “금강산 지구를 자연경관에 어울리면서도 민족적 특성과 현대성이 결합된 우리 식으로 건설하라”고 언급했다. 사실상 당 대회에서 제기할 5개년 개발 계획에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사업을 포함하기 위해 김 내각총리에게 최종 점검을 맡겼던 셈이다.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가 금강산 관광지구의 개발사업을 현지에서 점검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12월 20일 전했다.

김 위원장의 금강산 독자 개발 의사는 지난 2019년 10월 처음으로 확인된 바 있다. 당시 그는 금강산 관광지구를 찾아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고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자”고 지시했다. 이후 이듬해 2월까지 금강산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물을 모두 철거해달라는 대남통지문을 발송했다.

이에 따라 남북은 금강산 관광지구 내 시설물 철거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했으나 1월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등으로 협의는 중단됐다.

다만 김 위원장은 이날 “남측이 방역협력과 인도주의적협력, 개별관광 등의 비본질적 문제들을 꺼내들고 북남관계개선에 관심이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면서 “남측 태도에 따라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에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금강산지구 안에 있는 우리측 시설을 철거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우리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재 금강산관광지구에는 해금강호텔을 비롯해 구룡빌리지, 금강펜션타운, 온정각, 이산가족면회소, 문화회관 등 남측 기업과 정부가 소유한 시설들이 남아 있다. 현대아산은 지난 1999년 이후 현재까지 금강산관광지구 내 유형자산 구축에 수천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