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신축년 새해 첫 출근일인 4일 새벽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 인력시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감을 구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일용직 노동자 일자리가 크게 감소했다. 2021.1.4/뉴스1 (서울=뉴스1)
“매일 나와도 2, 3일에 한 번 일거리가 생길까 말까예요. 날씨가 안 좋다고 안 나올 수 있겠어요.”
7일 오전 5시경 경기 성남이 지하철 수인분당선 태평역 근처. 한 인력사무소에서 호출을 기다리고 있던 김영욱 씨(36)는 어깨가 축 쳐진 채 초조해했다. 사무소에서 일감을 기다리는 이들은 김 씨를 포함해 모두 8명. 대다수가 50대 이상이었다.
이 주변은 경기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인력시장이 형성되던 곳이다. 지난해 봄까지 사시사철 500명 이상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뒤엔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경기 둔화까지 겹치며 주요 일감인 건축공사가 확 줄어 나와봤자 일을 못 맡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었다.
이날 만난 김 씨가 이곳에 나오기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경. 이전까지 그 역시 경기 평택에 있는 반도체공장에 일하던 의젓한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관둬야 했고, 결국 일용직에 나서게 됐다.
“한 달에 25일은 나오는 거 같아요. 거의 출근도장을 찍고 있죠. 막상 일감이 생기는 건 한달에 10일도 안 돼요. 하루 대략 13만 원 받아 사무소에 10% 주고나면, 한달벌이가 100만 원 간신히 넘어요. 당연히 그걸로 생활은 어렵지만, 이마저도 허탕칠까봐 가슴 졸이죠.”
인력사무소에 나온 이들은 표정이나 자세가 엇비슷하다. 퀭한 눈빛으로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아있다. 김 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TV에선 ‘코스피 3000 돌파’란 뉴스가 떴지만 눈길조차 주질 않았다.
1시간쯤 지났을까. 그래도 이날 김 씨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직원이 김 씨 이름을 부르며 “서울 아파트 공사에 가자”고 했다. 김 씨는 크게 심호흡하더니 그를 따라나섰다.
“실은 여기서 뽑혀 현장 가도 어떻게 될지 몰라요. 기껏 갔는데 더 필요 없다며 돌려보내는 일도 부지기수예요. 진짜 열 받고 허탈하지만…. 가족들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별 수 있나요.”
서울 구로구 지하철7호선 남구로역에 형성된 인력시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하루 2000명이 몰리던 이곳도 인원을 크게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일용직을 찾는 이들은 날씨를 가리지 않았다.
일용직으로 20년 가까이 일했다는 김광진 씨(42·가명)는 “요즘처럼 경기 나빴던 때는 처음 보지만, 그래도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일단 나와서 버텨야 일을 잡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그는 결국 일감을 찾지 못한 채 터벅터벅 돌아갔다.
구로구청 지원을 받아 일용직들에게 커피 등을 나눠주던 홍병순 씨(70)는 이제 이런 풍경도 일상이 됐다고 전했다.
성남=지민구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