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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고향에선]주민참여형 ‘생활여건 개선 사업’ 지역 경쟁력 높인다

입력 | 2021-01-11 03:00:00

보성군 ‘우리동네 가꾸기 사업’ 성과
버려진 유휴공간에 소득작목 심고
마을입구 담장엔 꽃그림 그려 단장
전남도, 보성군 마을사업 벤치마킹
2025년까지 3000여개 마을서 시행



전남 보성군 조성면 덕촌마을 주민들이 담벼락에 예쁜 벽화를 그리고 있다. 보성군은 지난해 285개 마을에서 ‘우리 동네 우리가 가꾸는 보성 600’ 사업을 벌였다. 보성군 제공


“쓰레기로 넘쳐나는 곳에 두릅을 심었더니 동네가 몰라보게 밝아졌어요.”

전남 보성군 득량면 석장마을은 1년 전만 해도 마을 앞 하천 둔치가 쓰레기장이나 다름없었다. 폐비닐과 농자재, 타이어 등이 여기저기 널려 있어 흉물스러웠다.

마을 미관을 해치던 둔치가 주민들의 생활 터전으로 바뀐 것은 지난해 4월. 보성군이 역점 시책으로 추진한 ‘우리 동네 우리가 가꾸는 보성 600’ 사업을 통해서였다.

주민들은 하천 둔치 330m²(약 100평)를 정비한 뒤 두릅 500그루를 심었다. 보성군은 묘목 값과 포클레인 장비 등을 지원했다. 주민들은 돌아가며 잡초를 제거하고 물을 주며 정성껏 가꿨다.

임동엽 이장(64)은 “주민들이 예전 울력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즐겁게 일했다”며 “올봄 두릅 새싹을 채취하면 마을 잔치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 동네 우리가 가꾸는 보성 600’은 보성군 602개 마을 주민이 스스로 동네를 직접 꾸미는 순수 주민참여형 사업이다. 일명 ‘보성 600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사업이 마을 공동체 부활이라는 성과로 주목받고 있다.

● 마을 환경을 바꾸는 ‘현대판 두레’


보성군은 지난해 12개 읍면 602개 전체 마을 가운데 285개 마을을 대상으로 ‘보성 600’ 사업을 추진했다. 유휴공간에 소득 작목 또는 꽃을 심거나 미관이 좋지 않은 담장에 벽화를 그리는 등 마을 특색을 살린 경관 사업이었다.

군이 마을당 200만∼500만 원을 현물로 제공하면 모든 작업은 주민들이 협력해서 일구는 방식이다. 마을 가꾸기 사업은 그동안 정부 공모 등을 통해 일부 마을에서 해왔으나, 자치단체가 자체 예산을 들여 전체 마을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미력면 샘골마을 주민들은 마을 앞 국도 주위에 방치된 밭에 해바라기와 유채를 심어 아름다운 정원으로 꾸몄다. 임경준 이장(71)은 “지난달 성과보고회에서 우수상으로 받은 1000만 원으로 집집마다 무선 마이크를 설치하고 낡은 우체통도 바꿨다”고 자랑했다.

율어면 자모마을에선 휴경 중인 밭에 살구나무를, 회천면 영천마을 주민들은 가로수로 차나무를 심었다. 미력면 춘정마을 주민들은 마을 입구와 후미진 골목의 담장을 꽃 그림으로 예쁘게 단장했다.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사업은 주민 공동체 의식과 마을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성군은 올해 30억 원을 투입해 전체 마을로 사업을 확대하고 지난해 사업을 추진한 마을도 다른 아이템을 제안하면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 전남 시군으로 확산되는 ‘보성 600’


보성군은 최근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2020년 지방재정 우수사례 평가에서 ‘보성 600’ 사업으로 전남에서 유일하게 우수 기관으로 뽑혔다. 보성군 관계자는 “마을 주민이 직접 생활여건 개선에 참여해 인건비 절감뿐 아니라 마을 공동 소득 창출, 주민 주도 행정을 실현한 것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보성 600’ 사업은 그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전남도 시범사업으로 21개 시군에 퍼져 나간다. 전남도는 보성군을 벤치마킹한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올해부터 2025년까지 각 자치단체별로 60여 개 마을을 선정해 모두 3000여 개 마을에서 시범 진행한다. 쓰레기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다른 자치단체에 본보기가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사업이 성과를 내려면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고 보고 마을 설명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성공 사례를 홍보하기로 했다.

명창환 전남도 기획조정실장은 “청정 자원을 바탕으로 한 ‘블루 이코노미’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깨끗한 환경과 아름다운 경관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지역 경쟁력과 생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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