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감염병 진단기술’
의료진이 코로나19 의심 환자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한국이 방역 모범국으로 불린 이유로 신속하고 광범위한 검사가 가능한 의료체계를 꼽는다. 하지만 현재 활용되는 진단기술은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정확도가 떨어지는 등 완벽하진 않다.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기존보다 더욱 빠르고 정확한 진단기술을 개발하려는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국내 연구진, PCR보다 빠른 ‘분자진단’ 기술 개발
현재 코로나19 진단에 활용되는 대표적 검사 방법은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검사다. 피검사자의 유전자(DNA)를 증폭시켜 코로나바이러스의 양성 대조군과 비교해 분석한다. 정확도가 높지만 결과가 나오는 데 최소 6시간이 걸린다. 검사량이 몰릴 경우 하루를 넘기기도 한다. 바이러스를 정제하고 증폭시키는 값비싼 장비도 필요하다.
두 검사방법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다. PCR 수준의 정확도를 갖추면서도 30분 만에 진단이 가능해 감염병 진단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텍 화학공학과의 이정욱·정규열 교수 연구팀은 바이러스의 RNA로 신속하게 코로나19를 진단하는 기술(SENSR)을 개발해 지난해 9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에 발표하고 현재 상용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 기술은 PCR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PCR는 피검사자의 DNA를 증폭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DNA를 증폭시키려면 바이러스 RNA를 DNA로 만드는 ‘역전사’를 거쳐야 한다. 역전사와 DNA 증폭이라는 두 번의 단계를 서로 다른 환경에서 거쳐야 한다.
정 교수는 “PCR처럼 표준 진단 체계에 포함될 정도의 상용화에 도달하려면 정확도, 민감도에 대한 대규모 검증이 필요하다”며 “상용화되면 코로나19를 비롯해 감염병 분자진단 분야에서 기술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5분 내 진단 기술도 등장
지난해 노벨 화학상을 안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진단 기술도 코로나19 극복에 활용되고 있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 중 한 명인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 연구진은 지난해 수상 직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5분 만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확인하는 진단기술을 개발해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에 공개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특정 DNA 염기를 찾아가 원하는 부위를 잘라내는 기술이다. 난치성 유전질환 치료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 RNA를 찾아가는 가이드RNA에 형광입자를 붙였다. 가이드RNA가 바이러스 RNA와 결합할 경우 RNA 가닥을 효소로 잘라낸다. 이때 잘린 RNA 가닥에 레이저를 비춰 빛이 나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