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잠 개발 공식 선언] 핵잠수함, 3개월 수중작전 가능… SLBM 장착땐 치명적 무기 사거리 1만5000km 다탄두 ICBM… 美본토 전역 동시다발 타격 가능 ‘공포의 균형’ 북미협상 주도 의지… 북핵 위협 ‘레드라인 최접근’ 우려
○ 미 본토 기습 핵 타격력 획기적 강화해 ‘공포의 균형’ 달성
군 관계자는 “대미 핵무력 고도화의 종착점이자 최종 목표로 전략핵잠수함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이어서 ‘궁극의 핵무기’인 전략핵잠수함도 전력화해 대미 핵무력 완성을 종결짓겠다는 의미라는 것. 핵잠수함은 한 차례 핵연료를 충전하면 길게는 수십 년간 운용이 가능하다. 식량 등 보급물자만 갖춰지면 물 위로 떠오르지 않고 3개월가량 수중 작전을 할 수 있다.
특히 여러 발의 핵장착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실은 전략핵잠수함은 ‘핵무기의 결정판’이다. 위성 등에 포착되지 않고 적국 해안에 근접해 물속에 숨어 있다가 기습 핵 타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국의 핵 선제공격 시 핵보복(second strike·제2격)을 하는 것도 주 임무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전략핵잠수함을 갖게 되면 미 본토 타격 능력과 핵 억지력이 획기적으로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 핵잠수함의 설계 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 단계”라고 김 위원장이 언급한 점에서 이르면 연내 최종 설계를 끝내고 건조에 착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소형 원자로와 소음 차폐 등 핵잠수함의 핵심 기술을 이미 갖췄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 소식통은 “옛 소련이나 중국에서 핵잠 관련 기술이나 설계도를 입수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실상 건조가 끝난 로미오급 개량형(3000t급) 등 북한의 신형 잠수함은 핵잠수함으로 가는 교두보”라며 “12기가량의 SLBM을 갖춘 5000∼6000t급의 핵잠수함을 3, 4년 후에 전력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사정권 1만5000km’ 첫 명시, 美 전역 동시다발적 핵 타격력 구축
김 위원장은 ICBM의 성능 강화도 구체적으로 주문했다. 2017년에 시험 발사한 화성-15형(최대 사거리 1만3000km 추정)보다 더 먼 거리의 표적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신형 ICBM 개발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1만5000km 사정권’을 직접 언급한 것은 미 본토 어디라도 도달할 수 있는 핵 타격력을 완성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군 소식통은 “1만5000km급 ICBM을 확보해야 평양 기준으로 미 본토의 가장 먼 곳인 플로리다(약 1만2400km)를 포함해 미 전역에 대한 핵 타격력을 완성한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탄두 중량과 사거리는 반비례한다는 점에서 더 강력한 대형 핵탄두로 미 본토를 겨누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또한 김 위원장은 “다탄두개별유도기술 완성을 위한 연구가 마감 단계”라고 밝혀 다탄두(MIRV) ICBM도 머잖아 전력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뉴욕과 워싱턴 등 미 주요 도시에 대한 동시다발적 핵 타격이 가능한 ICBM으로 대미 핵 억지력을 고도화한다는 목표를 거듭 확인한 것이다. 지난해 당 창건 열병식에서 공개한 ‘괴물 ICBM’이 신형 다탄두 ICBM의 초기 모델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