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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무기 결정판’ 전략핵잠 개발 박차… “설계연구 이미 끝나”

입력 | 2021-01-11 03:00:00

[김정은 핵잠 개발 공식 선언]
핵잠수함, 3개월 수중작전 가능… SLBM 장착땐 치명적 무기
사거리 1만5000km 다탄두 ICBM… 美본토 전역 동시다발 타격 가능
‘공포의 균형’ 북미협상 주도 의지… 북핵 위협 ‘레드라인 최접근’ 우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차 당 대회에서 핵미사일(수중발사핵전략무기)을 장착한 핵추진잠수함, 즉, 전략핵추진잠수함(SSBN) 개발 사실을 공식 발표하면서 북핵 위협이 ‘레드라인’에 최근접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간 일각에서 북한의 핵잠수함 건조설이 흘러나왔지만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직접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 미 본토 기습 핵 타격력 획기적 강화해 ‘공포의 균형’ 달성

군 관계자는 “대미 핵무력 고도화의 종착점이자 최종 목표로 전략핵잠수함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이어서 ‘궁극의 핵무기’인 전략핵잠수함도 전력화해 대미 핵무력 완성을 종결짓겠다는 의미라는 것. 핵잠수함은 한 차례 핵연료를 충전하면 길게는 수십 년간 운용이 가능하다. 식량 등 보급물자만 갖춰지면 물 위로 떠오르지 않고 3개월가량 수중 작전을 할 수 있다.

특히 여러 발의 핵장착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실은 전략핵잠수함은 ‘핵무기의 결정판’이다. 위성 등에 포착되지 않고 적국 해안에 근접해 물속에 숨어 있다가 기습 핵 타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국의 핵 선제공격 시 핵보복(second strike·제2격)을 하는 것도 주 임무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전략핵잠수함을 갖게 되면 미 본토 타격 능력과 핵 억지력이 획기적으로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대미 핵무력을 극대화해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 달성 의지를 내비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5대 핵클럽(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가운데 ICBM과 전략핵잠수함을 모두 갖춘 나라는 미국, 중국, 러시아뿐이다. 북한의 핵능력을 미국도 쉽게 건드리지 못할 ‘초핵강국’ 수준까지 고도화하면 핵군축 협상 등 대미 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주도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새 핵잠수함의 설계 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 단계”라고 김 위원장이 언급한 점에서 이르면 연내 최종 설계를 끝내고 건조에 착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소형 원자로와 소음 차폐 등 핵잠수함의 핵심 기술을 이미 갖췄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 소식통은 “옛 소련이나 중국에서 핵잠 관련 기술이나 설계도를 입수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실상 건조가 끝난 로미오급 개량형(3000t급) 등 북한의 신형 잠수함은 핵잠수함으로 가는 교두보”라며 “12기가량의 SLBM을 갖춘 5000∼6000t급의 핵잠수함을 3, 4년 후에 전력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사정권 1만5000km’ 첫 명시, 美 전역 동시다발적 핵 타격력 구축

김 위원장은 ICBM의 성능 강화도 구체적으로 주문했다. 2017년에 시험 발사한 화성-15형(최대 사거리 1만3000km 추정)보다 더 먼 거리의 표적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신형 ICBM 개발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1만5000km 사정권’을 직접 언급한 것은 미 본토 어디라도 도달할 수 있는 핵 타격력을 완성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군 소식통은 “1만5000km급 ICBM을 확보해야 평양 기준으로 미 본토의 가장 먼 곳인 플로리다(약 1만2400km)를 포함해 미 전역에 대한 핵 타격력을 완성한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탄두 중량과 사거리는 반비례한다는 점에서 더 강력한 대형 핵탄두로 미 본토를 겨누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또한 김 위원장은 “다탄두개별유도기술 완성을 위한 연구가 마감 단계”라고 밝혀 다탄두(MIRV) ICBM도 머잖아 전력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뉴욕과 워싱턴 등 미 주요 도시에 대한 동시다발적 핵 타격이 가능한 ICBM으로 대미 핵 억지력을 고도화한다는 목표를 거듭 확인한 것이다. 지난해 당 창건 열병식에서 공개한 ‘괴물 ICBM’이 신형 다탄두 ICBM의 초기 모델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수중 및 지상 고체발동기(고체엔진) ICBM 개발과 핵무기의 소형 경량화 및 전술무기화를 비롯해 초대형 핵탄두 생산 추진도 지속하겠다고 밝힌 것은 핵무력의 다종화를 통해 한미가 설정한 ‘임계점’을 돌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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