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0% 가까이 늘어난 35조9500억 원을 나타냈다. 올해는 더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2011년과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 등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통신이나 정보처리에 필요한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올해 50조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도 10조 원을 넘었다.
▷반도체 기업의 주가도 날개를 달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암울하던 지난해 3월 중순 4만2000원대였던 삼성전자는 ‘팔만전자’를 넘어 ‘십만전자’를 앞두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년 남짓 만에 두 배로 올라 시가총액 100조 원을 돌파했다. 증권업계는 글로벌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수혜자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꼽는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1983년 반도체 산업 진출을 선언했을 때 해외 기업으로부터 과대망상증 환자란 얘기를 들었다. 1980년대 후반에는 매년 수천억 원의 적자가 이어지자 그룹 내에서 반도체를 포기하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지금은 반도체가 한국 경제 전체를 떠받치는 효자산업이지만, 하나의 산업이 성장하기까지는 확고한 신념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앞으로 반도체 산업을 계승할 만한 미래 먹거리 산업이 나올지는 우리 사회 전체가 이 같은 사실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