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수석 경제 평론가 마틴 울프(Martin Wolf·사진)는 2021년 국제사회와 세계경제에 관한 전망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더라도 미국이 예전과 같은 우세한 지위를 회복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과 갈등 관계인 중국과 관련해선 세계 경제가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하는 것은 불가능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의 5G기술에 대한 우려로 인해 서양국가들은 IT 강국인 한국과 더 깊은 무역관계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울프는 아리랑TV ‘아리랑뉴스’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단기간에 큰 타격을 입어 유례없는 침체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물론 서유럽 국가들은 팬데믹의 대응에 무력했고, 팬데믹에 맞서기 위해 필요한 대응을 보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2020년의 팬데믹 사태는 그토록 견고했던 서구중심주의 세계 질서와 리더십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주요 강대국들이 협력하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고 일부는 바이러스 전파에 대해 서로를 탓하기만 했기 때문에 국제사회 리더십 공백이 더욱 두드러졌다고 비판했다.
또한 국제질서의 회복을 위해 모든 국가들은 코로나19 전염병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 외에도 경제 침체, 기후 변화, 보건, 등 급박한 지정학적 과제들에 직면하여 다자주의 규범에 기초한 합의적 질서로 돌아가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다자주의를 복구하기 위해 한국, 영국과 유럽 국가들을 비롯한 ‘중견’ 국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많은 국가가 자민족 우선주의 기조로 전환하고 있지만 우리가 하나의 세계를 공유한다는 것은 분명하고 하나의 세계 경제를 공유하는 사실도 바뀔 수 없기 때문에 한국과 같은 국가들이 다자적 질서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매우 큰 역할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중국과 관련해서 울프는 중국이 경제적으로는 위기에서 가장 빨리 회복했으나, 국제적으로는 그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5G 기술에 대해 우려하는 서양 국가들은 한국과 같은 IT 강국인 민주주의 국가들과 무역관계를 강화하려 하고 있으며 특히 5G 무선 네트워크 개발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참여가 ‘당연한 선택(obvious choice)’이라고 덧붙였다.
울프와 진행한 인터뷰 하이라이트 영상은 12일과 13 오전 7시 ‘아리랑 뉴스’에서 방송되며, 전체 인터뷰는 유튜브 채널 ‘글로벌 인사이트(global_insight)’에서 볼 수 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