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현궁 오발사고 조사결과…장비엔 결함 없어 ‘사격 불가’ 상태에도 사격 강행 기온 낮아 표적의 열 발산장치 제 기능 못해
군 당국이 지난해 11월 국산 대전차유도무기 ‘현궁’ 오발사고에 대해 현장 사격통제관의 ‘판단 착오’로 인해 벌어졌다고 최종 결론 내렸다. 기상 등 여건이 좋지 않았지만 해외에서 온 주요 인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리하게 사격을 강행하다 문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11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9일 경기 양평 사격장에서 진행된 현궁 시범사격훈련 당시 현장 사격 통제장교는 1km 거리의 표적에 설치된 열 발산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에도 사수에게 사격을 지시했다고 한다. 표적의 열 영상을 추적해 타격하는 유도무기 특성상 조준경에 ‘녹색등(조준가능)’이 들어온 상태에서 사격을 해야 하는데 ‘적색등(조준불가)’인 상태에서 유도탄을 발사해버린 것이다.
이후 유도탄은 표적지를 벗어나 훈련장에서 약 1.5km 떨어진 논에 낙하해 폭발했다. 유도탄이 떨어진 장소의 반경 50m 내에는 민가 4채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중 민가 1채는 20m 이내로 자칫하면 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군은 표적에 설치된 열 발산장치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건 폭우가 내린 직후라 기온이 낮았기 때문인 것으로 봤다.
국내 기술로 처음 개발된 현궁은 2007년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개발에 착수해 2017년 이후 전방부대에 배치됐다. 조준경을 통해 표적을 지정한 뒤 격발하면 유도탄이 발사되는 방식으로 한 발당 가격은 1억여 원에 이른다. 최대사거리는 2.5km로 90cm 전차 장갑을 관통할 만한 위력을 지녔다.
특히 오발 사고가 난 지난해 11월 사격훈련엔 방위산업전시회 ‘DX 코리아 2020’에 참가 차 방한한 외빈들이 참석해 군 내부에서조차 “국산무기를 뽐내다 체면을 구겼다”는 자조적인 평가가 나왔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