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제조사들이 변이 바이러스가 백신 효능을 떨어뜨릴 경우에 대비해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주요 제약사들이 코로나19 백신 승인을 받은지 불과 몇 주 만에 임상시험을 다시 진행하고, 효능 저하를 상정해 공식을 수정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이를 ‘고양이 쥐잡기 게임’이라고 표현했다.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잡아도 잡아도 계속 튀어나온다는 의미다.
이 상황은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최대 70% 전파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변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시작됐다. 백신 제조사들과 보건당국자들 사이에선 변이가 백신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리보핵산(mRNA) 백신을 제조하고 있는 미국 생명공학회사 그린라이트 바이오사이언스의 안드레이 자루르 최고경영자(CEO)는 “더 많은 돌연변이를 대비하려면 새로운 백신을 설계하는 게 타당하다”면서 “새 백신이 나와야 새 변이 바이러스로부터 인체를 보호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선 mRNA 방식을 택한 화이자와 모더나가 유리하다고 FT는 전했다. 중국의 불활성화 백신이나 영국과 러시아의 바이러스 전달체 방식과 달리 유전자 설계도(mRNA)만 넣으면 새로운 백신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mRNA 기술을 개발한 바이오엔테크가 “6주 안에 새 백신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한 이유다.
이에 비해 다른 기술을 사용한 백신 제조사들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미국 의료분야 전문 투자은행 SVB 리링크는 “mRNA 백신은 새 백신 개발에서 접종까지 3~6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아데노바이러스에 기반을 둔 아스트라제네카나 존슨앤드존슨 백신은 6~8개월, 노바백스 같은 단백질 기반 백신은 최장 9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에서 계속 돌연변이가 일어날 경우 백신 제조사들이 막대한 이익을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SVB 리링크의 제프리 포지스 애널리스트는 “대기업들이 나쁜 바이러스를 원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변이 바이러스는 백신의 상업적 가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전문가인 피터 호테즈 베일러의과대학 교수는 “수정한 백신을 다시 승인받으려면 어떤 연구가 필요한지 미 식품의약국(FDA)가 더 많은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