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일부 당내 인사들을 향해 “콩가루 집안”이라고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거리 두기’ 방침을 분명히 하고, 안 대표도 당분간 독자 행보에 나설 예정이어서 야권 단일화를 둘러싼 진통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비공개 비대위 회의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내 일부 중진의원들의 통합 주장에 대한 생각을 묻자 “중진들이 나서서 당 대 당 통합을 주장하는데 (지난) 총선 때처럼 콩가루 집안이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최근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이 “통합 없이 단일화는 없다”고 한 데 이어 장제원 의원도 ‘선통합 후경선’을 제시하는 등 야권 통합론이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한 경고에 나선 것.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요령을 부리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 눈에는 기회주의로 보일 수밖에 없다”며 “3석짜리 정당과 무슨 합당이냐”라고 쐐기를 박았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한 한 비대위원은 “김 위원장이 격노해서 다른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도 “정당 통합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더 이상 거론할 필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서울시장 3자 구도 시 국민의힘 후보의 승리 가능성에 대해서도 “승리할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장이 당내에서 잇따라 제기되는 통합론을 과도한 ‘안철수 의존 현상’으로 보고 당내 기강 잡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야권 단일화 언급이 잦아지면서 자연스레 여론이 안 대표에게 쏠리고 있다. 국민의당은 최근 일부 여론조사 결과 서울 지역에서 10%대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오름세를 타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런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으면 자칫 안 대표에게 야권 단일화의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면서 “후보만 잘 뽑는다면 문재인 정부 심판론 속에서 안 대표가 아닌 의석과 조직을 갖춘 국민의힘 후보에게 힘이 실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합당에 대해서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반응을 보여 왔던 안 대표 측은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안 대표가 단일후보로 나가는 데 찬성하는 사람이 많다. 대신 기호 2번으로만 나가 달라는 것”이라며 “양당에서 상대를 존중하면서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문제고, 김 위원장이 고집을 부릴 성질이 아니다”라고 했다.
윤다빈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