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0월 청와대에서 돌봄종사자들과의 영상 간담회를 열고 돌봄종사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동아일보DB
황형준 정치부 기자
더불어민주당 A 의원은 최근 여권의 상황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새해 벽두부터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자고 제안한 뒤 불거진 여당 내 논란이 오히려 여권을 궁지로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1일 “적절한 시기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밝히자 당 강성 지지층들은 “이 대표가 탈당하라”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그러자 당 지도부도 “전직 대통령들의 반성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며 당사자들에게 공을 넘겼고 보수 야당에선 “공개 반성문을 쓰라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하지만 사면 논란 이후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이 등을 돌리면서 이 대표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무총리 시절 문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율과 연동돼 여권 내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던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처음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추월당한 뒤 이 지사와 오차범위 바깥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각을 세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2위를 내주고 3위에 그친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문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들의 사면을 단행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청와대의 기류가 묘하다. 당초 이 대표가 사면 카드를 꺼냈을 당시 청와대는 처음엔 “박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되는 14일 이후 이 대표가 실제 건의한 뒤 논의할 문제”라며 탐색전을 펼쳤다.
문 대통령은 7일 신년인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마음의 통합”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5일 대한불교조계종을 예방한 자리에서 “국민의 마음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마음’을 거론한 직후여서 문 대통령의 사면 단행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지지층의 강한 반대가 확인되자 화들짝 놀라는 분위기다. 한국갤럽이 5∼7일 조사한 결과(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현 정부의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 민주당 지지층의 75%가 반대했고 전체 여론도 찬성(37%)보다 반대(54%)가 더 많았다.
다시 A 의원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A 의원은 청와대의 3차 개각에 대해 “협치 내각까지는 아니더라도 회전문 인사는 치명적이다. 국민들과 싸우자는 것으로 보이지 않겠나”라며 “병사인 174명 의원이 뛰어봤자 장수인 대통령이 무너지면 끝이다. 남은 건 문 대통령이 인적 쇄신을 혁신적으로 하면서 ‘마지막으로 심기일전하겠다’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인 출신이자 소통형인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새로 임명되면서 청와대 내부에도 쇄신 분위기가 감지된다. 조만간 이뤄질 3차 개각과 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은 5년 차 정부의 향방과 성패를 가름할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지지층만 바라보는 ‘팬덤 정치’에 취하면 국민통합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황형준 정치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