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수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
누리꾼들은 즉각 행동에 옮겨 ‘정인아 미안해’ 캠페인을 펼쳤고, 담당 재판부에는 수천 장의 진정서가 제출되었다. 정인이 사건이 사회적 주목을 받자, 정치권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아동 학대범의 법정형을 높이고 신상 공개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으레 그렇듯 발의된 법률안은 피해 아동의 이름을 따서 ‘정인이 법’으로 불렸다.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는 라디오 및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회는 법정형 하한선을 올리는 법을 만들 게 아니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양형 기준을 올릴 수 있도록 의견을 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제2의 정인이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광역 단위로 아동학대범죄 특별수사대를 조직하여 전문성 있는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의 의견은 너무나 타당하다. 굳이 사족을 붙인다면, 특허청 특별사법경찰관 제도처럼 보건복지부 담당 부서에 사법경찰관의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특별사법경찰관 지역사무소로 활용된다면, 조직적으로 운영되면서도 업무의 과중을 막을 수 있을 것이고, 아동학대 발생 시 즉시 분리와 같은 응급조치도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며, 응급조치에 필요한 아동 쉼터도 통합적으로 관리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사건 재판부에 진정서를 제출했으며, 진정서를 인스타그램에 게재하여 ‘정인아 미안해’ 캠페인에 동참했다. 수많은 진정인은 이 사회의 어른으로서 느끼는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다시는 이 사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으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진정서를 제출했을 것이다.
정인이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려면 우리는 시간이 지난 뒤에도 이 사건을 곱씹으며 기억해야 한다. 전문성을 가진 이들의 의견이 제도에 반영되도록 힘을 보태며 오랜 시간 공론화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우리는 정인이에게 했던 ‘우리가 바꿀게’라는 약속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도진수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