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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의료기관 탐방]다리 저리고 허리 아픈 ‘척추관협착증’… 수술 없이 근본 원인 치료

입력 | 2021-01-13 03:00:00

문동언통증의학과의원
자체 개발 ‘추간공성형술 키트’ 활용…절개 없이 황색인대-신경유착 뜯어
신경 지나가는 통로 넓혀 통증 완화
시술시간 20분… 다음날 일상 복귀




심장질환으로 척추수술이 위험한 척추관협착증 환자 (79)에게 특수 개발된 키트로 추간공성형술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은 시술 현장을 온라인 생중계하는 모습. 문동언통증의학과의원 제공

척추관협착증은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추간공과 척수가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 다리 저림과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노화로 추간판에 퇴행성 변화가 생기고 뼈돌기가 자란다. 척추 사이의 척추를 지지하는 ‘황색인대’도 두꺼워진다. 황색인대는 척추의 뒷부분 뼈인 후궁 사이에서 허리의 과도한 움직임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너무 두꺼워지면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막혀 척추관협착증이 된다.


협착 심할수록 허리 펴고 걷기 힘들어

협착증 초기에는 걸으면 다리가 저리고 아프지만 걷는 데는 지장이 없다. 협착 정도가 심하고 병변이 여러 부위로 늘어나면 허리를 펴고 걸을 수 없게 된다. 허리를 쭉 펴고 걸을 때보다 쇼핑카트를 밀며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 통증이 감소됨을 느낄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 초기에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운동치료 등을 시작한다. 통증이 심하고 보행에 장애가 있다면 신경주사치료를 한다. 신경뿌리가 엉겨 붙은(유착) 경우에는 꼬리뼈로 카테터(관)를 넣어 유착을 뜯어내는 신경성형술이나 풍선신경성형술을 시행한다. 하지만 황색인대가 두꺼워져 척추관이나 추간공이 막혀 있다면 이 방법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신경유착은 뜯어낼 수는 있으나 두꺼워진 인대를 제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척추관을 넓혀 주기 위해 뼈를 자르고 나사못을 박는 수술을 한다. 하지만 당뇨병, 심장병 등 질환을 앓는 고령자는 전신마취가 필요한 큰 수술이 두려워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문동언 문동언 통증의학과의원 원장(가톨릭의대 명예교수)은 이런 협착증 환자들을 수술 없이 치료하기 위해 ‘추간공성형술 키트’를 개발했다.


전신마취 필요 없는 비수술 치료법


바늘 모양의 추간공성형술 키트를 사용한 추간공성형 술 시술 장면.

추간공성형술은 특수 기구(바늘)를 옆구리 쪽 추간공에 삽입하는 비(非)수술 치료법이다. 두꺼워진 황색인대와 추간공인대를 제거하고 신경의 유착을 뜯어낸다. 동시에 관절 주위의 뼈 돌기에 붙어있는 흉터를 갉아내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를 넓혀준다. 협착증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다.

척수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넓어지면 교감신경기능은 정상으로 회복된다. 신경뿌리에 혈액 공급도 늘어나 산소와 영양 공급을 할 수 있게 된다. 신경뿌리 염증이 줄어들고 다리가 저리거나 시린 증상이 개선되며 허리를 펴고 걸을 수 있게 된다.

시술에 사용하는 기구는 끝이 10도 정도 휜 형태다. 추간공 뒤쪽으로 삽입해 앞쪽으로 지나가는 척수 신경에 손상을 일으키지 않고 두꺼워진 황색인대와 추간공인대만 절제할 수 있다. 기구 지름은 2.6mm로 가늘어 피부를 절개할 필요가 없다. 전신마취가 필요 없으며 시술 중 출혈, 통증도 거의 없다. 추간공이 좁아진 환자 외에도 척추 중심관이 좁아진 중추성 협착증도 치료 대상이다. 대부분의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여러 마디의 척추관이나 추간공이 좁아진 경우가 많다. 이 기구는 한 번의 시술로 양측 6개의 추간공까지 동시에 치료가 가능하며 치료시간은 20분 내외이다. 시술 다음 날부터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키트에 포함된 풍선카테터를 삽입하고 치료 약제를 주입한다. 신경유착과 신경염증이 치료되면 척수 신경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단순히 추간공의 크기만 키우는 추간공확장술과 달리 여러 추간공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으므로 치료 효과가 높다.

추간공성형술 키트 시술은 △척추관이나 추간공이 심하게 막혀 신경성형술이나 풍선신경성형술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환자 △신경성형술이나 풍선신경성형술 등의 시술을 받았으나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 △황색인대가 두꺼워져 신경통로가 좁아진 환자 △척추수술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거나 재발한 환자 △척추관절 낭종 △수술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고령 환자 △지병으로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 등이 받을 수 있다. 탈출한 디스크가 척추관협착증 원인이라면 고주파수핵감압술 등 비수술 치료도 동시에 시행해 디스크에 의한 통증도 줄여야 효과적이다.

문 원장은 “척추관협착증은 평소 걷기 등 규칙적으로 유산소운동을 해 신경에 산소 공급과 혈액순환을 개선해야 한다”며 “개인의 척추상태를 고려해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추간공성형술’ 치료 성과 발표


작년 11월 14, 15일 양일간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대한통증학회 주최 국제통증학술대회가 비대면으로 개최됐다. 미국을 포함한 11개국의 외국 연자가 초청됐고 117명의 외국인을 포함한 1000명 이상의 학회회원이 참석했다. 문 원장은 2018년 12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척추관협착증 환자 대상으로 추간공성형술 키트를 사용한 치료 성적을 발표했다.

치료 후 6개월간 추적 조사한 결과 총 110명 중 86명의 환자(78.2%)에서 만족하는 치료성적을 얻었다. 통증점수는 치료 전 7.3점에서 3.5로 52%가 감소했으며 통증 없이 걸을 수 있는 거리도 증가했다. 연구는 새로 개발된 추간공성형술 키트를 사용한 연구결과로 국내 통증학회 회원과 해외 의사들에게도 주목을 받았다.

문 원장은 학회 기간 중 실제 척추관협착증 환자 3명을 대상으로 특수 개발된 키트로 시술하는 장면도 온라인으로 생중계했다. 각 환자의 시술이 끝날 때마다 실시간으로 질문과 토론이 이뤄졌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