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단청의 현대적 해석과 새로운 변화를 담은 기획전 ‘단청(丹靑)’이 20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무우수갤러리에서 열린다.
청색·적색·황색·백색·흑색의 다섯 가지 색을 기본으로 하는 단청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목조 건축물에 다양한 무늬와 그림으로 그려졌다. 한국의 단청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부터 그 기원과 역사를 찾아볼 수 있으며 주변국의 단청과는 차별화된 한국만의 특색을 갖고 발전·변모했다. 다양한 문양의 조합과 오방색이라는 강한 색으로 이루어진 단청은 다양한 목적을 갖고 건축에 행해졌는데, 그 가운데 장엄적 기능은 여러 분야로 활용됐다.
독특한 색의 조합과 다양한 문양으로 이루어진 한국의 단청은 우리나라 관공서에서는 물론 각종 국제 행사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사용되며, 한국 문화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표상돼 왔다. 그러나 단청의 예술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절하되어 있고, 일상에서 활용도 잘 되지 않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전통 미술의 현대화를 내건 무우수갤러리의 오픈 기념 첫 전시회. 전통 단청의 현대화에 앞장서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선보인다. 전시는 단청의 역사, 재료, 제작방법에 대해 먼저 간략하게 소개한다. 문활람 작가의 고구려 강서중묘 고분벽화 주작 모사도는 단청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문 작가는 일본 동경예술대학 대학원 문화재보존수복학과에서 석사, 박사과정을 공부했으며, 작가만의 특수기법으로 고구려 고분벽화에 대한 모사연구를 오랫동안 해왔다.
노재학 작가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오랜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 전통 단청의 아름다움을 예술적으로 끌어낸다. 그는 한 장의 제대로 된 사진을 남기기 위해서 같은 장소를 수십 번 찾아가고, 수백 번의 셔터를 눌러 한 장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노 작가는 사진과 미학을 독학하며 궁궐과 전통사찰, 서원 향교의 유가건축 등에 현존하는 단청문양을 20여 년 간 집요하게 촬영해 왔다. 작가는 고색창연한 단청문양을 자연 빛으로 담으면서 전통단청의 세계를 대칭과 비대칭, 자기 유사성의 반복 등 수학의 프랙탈 원리와 테셀레이션 기법으로 재해석한다.
최문정 작가는 중요무형문화재 48호 단청장 전수교육조교이자 경상북도 문화재위원회 문화재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단청 문화재에 지금까지 여러 방면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어왔던 작가다. 실제로 단청 채색 현장에서 단청을 하며 전통단청은 물론 전통 단청의 현대화에 노력을 기울여오기도 했다.
이양선 작가는 단청에서 잘 나타나는 오방색을 활용해 한국의 철새, 무궁화 등을 작품 주제로 활발하게 작업해온 작가다. 황두현 작가는 문화재수리기능자, 기술자(단청)로 청년 단청미술계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젊은 작가이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전통문화우수상품전에 대상 수상자이기도 한 황두현 작가는 전통 단청을 레고라는 장난감과 곤충, 운동화에 대입시키며 작가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최경준 작가는 미디어아트와 문화유산을 연결짓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단청 전시에서는 단청이 갖는 예술적 가치를 영상으로 표현한다. 정금률 작가는 다양한 소리를 이용하여 공간을 표현하고, 재생되는 음향으로 공간의 재현, 확장, 변형을 추구하는 작가이다. 단청의 이미지를 소리의 패턴인 리듬과 화성으로 표현하여 스피커가 장치된 천장에서 그 소리들을 재생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선보인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