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조업 상장사 108곳 조사해보니
사우스캘리포니아대와 윌밍턴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진은 조직이 어쩔 수 없던 실패에 대해 어떠한 처벌도 하지 않고, 언급하지도 않고, 단순히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가는 ‘실패의 일상화(Normalizing)’ 방식과 실패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찾아나가는 ‘철저한 분석(Analyzing)’ 방식을 활용했을 경우 향후 기업의 혁신 프로젝트의 성공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 결과, 프로젝트 실패에 대해 체계적인 분석이 없었던 기업은 향후 혁신성 측면에서 아무런 발전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실패가 성공으로 가는 디딤돌인 것은 아니었다는 의미다. 이에 반해 경험에 대한 분석을 통해 실패의 경험을 더욱 적극적인 배움으로 활용한 기업들은 향후 프로젝트에서 높은 혁신성을 보였다. 나아가 상호 비판적 토론이 익숙한 기업일수록 철저한 분석 방식이 향후 혁신성에 더욱 강력한 효과를 냈다.
결과적으로 두 방식을 채택한 조직 간 혁신성에서 차이가 드러났다는 것은 실패 경험이 향후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가정이 항상 성립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물론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도전이 필요하고, 그중 대부분이 실패할 수 있음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실패에 대한 체계적인 성찰 없이 새로운 도전만을 지속하는 것은 향후 혁신 성과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시사점을 제시한다.
이처럼 실패의 경험을 반복한다고 배움이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험을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대해 토론할 때 향후 발전에 도움이 된다. 치부를 숨기려고 하거나, 쉬쉬하거나, 단순히 값진 경험 정도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혁신을 추구하고자 하는 기존 기업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업을 일구고자 하는 창업가들도 이 같은 사실을 염두에 둬야만 재기할 수 있다. 아울러 기업 내 비판적인 토론이 불편한 문화라면 실패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더라도 혁신성이 높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책임 추궁보다는 건설적 대화에 초점을 맞추는 관용적인 조직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이종균 제임스메디슨대 경영학과 조교수 lee3ck@jmu.edu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