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는 개선문이 있는 샤를 드골 광장에서부터 콩코르드 광장까지 이어지는 길이 2km, 폭 70m의 세계적 관광거리다. 카페, 극장, 럭셔리 상점들이 즐비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다 있는’ 거리로 통했다.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7월 14일)에 육해공 군인들이 행진하고, 투르 드 프랑스 자전거대회는 피날레 경주를 한다. 크리스마스와 새해의 화려한 불꽃놀이는 말할 것도 없다.
▷샹젤리제 거리는 최근 수난을 당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낙원이라는 의미의 엘리제를 따와 ‘엘리제의 밭’이란 뜻이지만 더 이상 낙원의 영예를 누리지 못한다. 소비와 오염의 중심지라는 오명에 더해 테러, 노란조끼 시위, 파업, 코로나19로 유례없이 상처받고 쓸쓸한 광경이다. 집회와 코로나로 시련을 겪은 서울 광화문광장과 비슷한 점이 있다.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광화문광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온갖 반대 여론에도 올해 10월 완공을 목표로 무작정 앞으로 돌격 중이다. 공사의 재원은 800억 원의 혈세다. 파리의 샹젤리제는 ‘시민들에게 맑은 공기를 주는 특별한 정원’으로 바뀐다는데, 서울시민 1만2115명과 소통했다는 광화문광장 변화 콘셉트는 ‘사람이 쉬고 걷기 편한 광장’이다. ‘샹젤리제’ 노래에서는 낯선 남녀가 하룻밤 만에 연인이 되고 새들은 사랑을 노래한다. 십 년 후 나무가 울창한 샹젤리제 정원에서는 사람이든 새든 더 많이 사랑을 노래할 것 같다. 오 샹젤리제 정원∼.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