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방대가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해 내건 조건. 대학 홈페이지 캡처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하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서울대 역시 경쟁률 하락을 피한 게 아니다. 서울대는 2021학년도에 미대 디자인학부를 수시모집이 아닌 정시로 선발하면서 예체능 계열 지원자가 전년보다 300명 이상 늘었다. 모집정원의 절대 다수인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은 지원자가 모두 줄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자는 42만6000명. 역대 최저였다. 응시자가 가장 많았던 2000학년도(86만8000명)의 반 토막이다. 4년제 대학과 전문대 전체 정원이 55만5000명이니, 정원 채우기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학령인구 감소가 ‘남의 일’이었던 주요 대학 직원은 연말연시에도 출근해 수시 추가합격자 발표 전화를 돌렸다고 한다.
지방대는 수시 이월 인원이 전년보다 48%나 늘었다. 지방대 124곳의 2021학년도 정시 경쟁률은 2.7 대 1로 사실상 미달을 뜻하는 3.0 대 1 밑으로 처음 내려갔다. 2019학년도 4.5 대 1, 2020학년도 3.9 대 1에서 뚝뚝 떨어지고 있다. 지방대에선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벚꽃 피는 순서 상관없이 다 망할 판”이란 얘기가 돈다.
지방대는 이번 신입생 모집에 그 어느 때보다 안간힘을 썼다. 경북의 한 대학은 입학생에게 등록금 반액을 지급하는 것도 모자라 첫 학기 기숙사 관리비까지 내주겠다고 했다. 광주의 한 대학은 신입생 모두에게 아이폰과 에어팟을 준다고 한다.
변하지 않으면 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현실이 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상황을 앞당긴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론 기회이기도 하다. 절대 불가능할 것 같던 원격수업이었지만, 일부 대학에서는 ‘자기 시간 활용하며 편한 때 수업을 들어서 좋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교양과목이나 기본이론을 가르치는 대형 강의는 원격수업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많다. 기존의 대학 운영체계를 고집할 필요가 없게 된 셈이다. 판박이 같은 강의실을 줄여 창업 공간으로 만들거나 지역 대학끼리 강의와 시설을 공유해야 한다. 이제 새로운 대학의 개념을 만들 때다.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