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실무자는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생기부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교사가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학생들의 독서활동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그도 “아쉽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교육부 판단의 배경에는 ‘사교육이 독서에도 개입할 수 있으니 아예 막아야 한다’는 생각도 들어있을 것이다.
교사들은 읽고, 쓰고, 말하기가 교육은 물론이고 삶을 살아가는 데 매우 필요한 것임에도 없어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학종의 가치 훼손도 염려한다. 대학들의 정시 반영률 40% 준수가 학종의 관심을 줄였다면, 독서의 등한시는 학종의 부실화에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독서는 자아정립, 미래설계, 학과 선택 등에 도움을 주고, 대학에서도 학종 지원자의 충실도를 판명하는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다.
아이들은 고도의 분석 능력, 창의력이 필요한 분야에서도 AI와 경쟁해야 한다. 의료용 로봇 왓슨, AI 애널리스트 켄쇼, AI 아나운서 등 학생들이 선망하는 직업에는 이미 AI가 득세하고 있다. 선망하는 직장에 못 가더라도 상상력과 창의력이 있다면 삶은 풍요로울 것이다. 책은 아이들의 역량을 끄집어 내 마음껏 살 수 있도록 해주는 데 기여한다. 한국 교육의 트레이드 마크인 점수 따기로는 AI를 이길 수 없다. 독서활동의 미기재가 교육의 공정이라고 우기는 것은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는 길이다. 교육학 박사가 넘쳐나는 교육부에서 독서의 중요성을 간과한 결정을 내린 것에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독서활동의 생기부 미기재 철회를 넘어 독서활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