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
지난해 농식품 수출액 역대 최고 75억7000만 달러… 전년比 7.7%↑
비건 김치 등 현지맞춤형 상품 불티… 코로나19 확산에 인삼 수요도 증가
세계적 ‘집콕’ 여파로 간편식 선호… 라면-김치-쌀 가공식품 고루 인기
‘K푸드’ 열풍을 타고 지난해 농식품 수출액이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 연간 누계 기준(잠정) 농식품 수출액이 전년 대비 7.7% 증가한 75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13일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김치, 고추장, 쌀 가공식품, 라면 등이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음에 따라 빛나는 수출 성적표를 거머쥔 것이다. 13일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 주재로 비대면 수출 확대 간담회를 개최한 정부는 올해도 수출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목표다.
채식주의자 위한 김치 등 현지맞춤형 상품 통했다
지난해 김치·인삼류의 최대 수출에 힘입어 신선 농산물은 전년(13억8000만 달러)보다 3.4% 증가한 14억3000만 달러의 수출액을 달성했다. 한식의 대표주자 김치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 김치, 캔 김치 등 현지인을 위한 맞춤기획 상품이 통하면서 전년 대비 37.6% 증가한 1억4450만 달러어치가 팔려 나갔다.
13일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대면 수출확대 간담회.
코로나19가 오히려 K푸드 수출에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프랑스 몽펠리에대 연구진이 발효된 양배추가 항산화 및 ACE2(코로나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 시 이용하는 수용체)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하며 김치에 대한 관심에 불을 붙인 것이다. 정부도 이때를 기회 삼아 김치의 면역력 증진 효과 등을 담은 QR코드를 제작해 배포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추세에 힘입어 인삼 수출도 미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9.3%나 증가했다.
물류·검역과 관련한 정부의 발 빠른 대처도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정부는 세계 최초로 ‘비대면 영상검역’을 도입해 파프리카의 중국 수출 길을 개척했다. 파프리카 수출을 위해서는 중국 측 검역관이 한국을 방문해 생산·수출 과정을 점검하는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검역관의 입국이 제한되면서 수출이 막힐 위기에 처했다. 농식품부는 김현수 장관과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면담 등 수차례 협의를 통해 한국 현지 검역을 온라인 영상을 통해 진행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사상 최초의 비대면 영상검역이 실시돼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중국으로 수출이 되고 있다.
가공식품 수출 역시 전년 대비 8.8% 증가한 61억4000만 달러를 달성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갔다. 한류의 영향으로 꾸준하게 사랑을 받고 있는 라면은 랍스터 맛, 과일 맛 라면 등 현지인의 입맛을 겨냥한 신선한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첫 6억 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여기에 쌀 가공식품이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떠올랐다. 전년 대비 26.7% 증가한 1억3760만 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의 수출액을 거둔 것이다. 한류 드라마의 인기를 타고 떡볶이 레시피가 유행하면서 떡류(5375만 달러, 전년 대비 56.6% 증가) 수출이 증가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영향으로 미국 시장 등에서 가공밥류가 인기를 끌면서 수출 확대에 힘을 보탰다.
정부도 영화 ‘기생충’과 연계해 ‘영화 속 한국식품’을 테마로 홍보에 나서는가 하면 냉동밥 포장 디자인 개선 및 라벨링 제작 등의 지원에 나섰다. 박병홍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역대 최고 수출 실적과 관련해 “코로나19로 인한 유통·소비 환경 변화에 대응한 비대면·온라인 마케팅 신속 전환, 물류·검역 등 수출업체 어려움 해소, 코로나19 수혜 품목의 한류 연계 마케팅 및 현지 맞춤형 상품 개발 등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신남방 지역에서의 수출 확대 두드러져… “올해도 성장 이어간다”
국가별로는 단연 미국과 신남방 지역에서의 성장이 눈에 띈다. 미국은 라면, 김치, 쌀 가공식품 등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의 수출이 고르게 늘면서 12억615만 달러로 전년보다 38.0%나 증가해 중국을 제치고 2위 수출 대상국으로 올라섰다.
신남방 지역은 신남방 정책에 따른 한류 마케팅 등으로 한식 요리법이 인기를 얻고 코로나19로 인해 가정식 수요가 늘면서 9.1% 증가한 15억5536만 달러를 거두며 1위 수출권역이 됐다.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떡볶이, 비빔밥, 김치볶음밥 등 한식 요리에 도전해 보는 이들이 늘고 있는 데다 정부가 대형 유통매장 내 한국식품 상설 판매관 구축 등을 지원한 결과다.
정부의 관심은 이제 올해도 수출 성장세를 이어가는 데로 옮겨가고 있다. 농식품부는 13일 관계 부처, 수출 농가, 업체, 유관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비대면 수출 확대 간담회를 개최했다. 주요 수출업체는 물론이고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아마존코리아)이 참석한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유통·소비 시장 동향을 공유한 것이다.
이날 업체들은 온라인 판매채널 활용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수출업체들이 해외 대형 온라인몰 등에 입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필요성이 있다고 요청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이 같은 트렌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수출 성과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며, 온라인 수출상담회를 정례화하고 수출지원 정책을 온라인·비대면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통관 거부 사례 등 비관세장벽 모니터링 대상 국가와 건수를 늘리기로 했다. 유럽 호주 남미 등 새로운 시장도 적극 개척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농식품 수출이 좋은 실적을 낸 것은 민간과 정부가 힘을 합친 결과”라며 “수출 농가, 업체 등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장윤정 기자 yunjng@donga.com
공동 기획: 농림축산식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