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민당 16일 새 지도부 선출… 16년 집권 메르켈 후계 주목
메르츠, 현재론 지지율 가장 앞서
마스크를 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3일 수도 베를린에서 열린 각료 회의에 참석해 턱을 괴고 앉아 있다.
2005년부터 집권한 그는 2018년 10월 총선 당시 집권 기독민주당이 저조한 성적을 거두자 “2021년 9월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베를린=AP 뉴시스
16년간 장기 집권한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67)의 후계 구도가 16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메르켈’ 후보로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전 기독민주당 원내대표(66), 아르민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총리(60), 노르베르트 뢰트겐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56) 등 세 명의 남성 정치인이 꼽히고 있다. 본인이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성공적으로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는 기독민주당 소속의 옌스 슈판 보건장관(41) 또한 ‘잠룡’으로 주목받고 있다.
DPA통신 등에 따르면 집권 기독민주당은 16일 당 대회를 열고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이때 대표로 선출된 인물이 9월 총선 이후 메르켈 총리의 뒤를 이은 새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정 내에서 다수파인 기민당 대표가 총리 후보로 추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초 여성 국방장관 출신인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전 기민당 대표가 ‘미니 메르켈’로 불리며 메르켈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야합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지난해 2월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급부상한 인물이 기민당 내 주류를 자처하는 메르츠 전 대표다. 지난해 여론조사회사 유고브, 시사주간지 슈피겔 등 각종 조사에서 메르츠 전 대표는 지지율 20%대를 보이며 10%대의 다른 후보들을 앞섰다. 그는 2000년 기민당 대표가 된 후 메르켈과 라이벌을 이루며 당내 주도권을 두고 경쟁했다. 2009년 정계에서 은퇴하고 금융권에서 일했지만 2018년 정계에 복귀해 난민포용 정책 등 메르켈의 진보성향 정책을 비판하며 보수 유권자에게 많은 지지를 얻었다.
라셰트 주 총리는 독일 16개 주 중 인구가 가장 많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을 맡고 있는 데다 실용·중도 노선을 표방해 메르켈 총리의 지지를 받고 있다. 뢰트겐 위원장은 지난해 주독 미군 감축에 반대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강화를 강조하는 등 외교 분야에 강점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세 후보의 지지율 차가 크지 않을 경우 연정을 구성하는 기독사회당 등에서 제4의 총리 후보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