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달 씨(왼쪽 사진)와 양만석 김정자 씨 부부(가운데 사진)는 운동으로 건강을 챙기며 노년을 활기차게 보내고 있다. 지난해 말 취임한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많은 노인들이 건강을 챙길 수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 살고 있어 정부가 100세 시대에 걸맞은 노인 건강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동아일보DB
김영달 씨(86)는 올해부터 30년 전쯤 시도했다가 그만둔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종주에 다시 도전한다. 그는 당시 한라산을 오른 뒤 남도에서 임진각, 강원도 고성까지 국토 종주를 4번이나 했다. 휴전선이 가로막고 있어 백두산까지 가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언젠간 갈 수 있다는 꿈이 그를 달리게 했다. 그는 5월부터 매일 10∼15km씩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달리고 걸을 계획이다. 몸이 건강해지면서 다시 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69세까지 풀코스만 180회 완주한 마라톤 마니아였던 그는 “이젠 달릴 만큼 달렸다”며 운동을 그만둔 뒤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는 악몽을 겪고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3년 전 플랭크(Plank)란 운동을 만나 새 인생을 살고 있다. 플랭크는 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전신을 지탱하는 운동으로 몸통에 근육을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하루 10분 플랭크 운동으로 건강을 되찾은 그는 매일 스쾃(앉았다 일어서기) 100개씩 3회를 추가해 하며 다시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양만석(84) 김정자(79) 씨 부부는 올 새해 첫날 서울 도림천 일대에서 열린 공원사랑마라톤에 출전했다. 당초 10km를 함께 달릴 예정이었지만 출발 당시 영하 6도라 위험하다는 주최 측의 권유에 따라 천천히 3∼4km를 걸었다. 부부는 마스터스마라톤계에서 ‘달리는 잉꼬부부’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한 해 코로나19 여파로 2∼5월 대회 출전을 하지 못한 가운데서도 10km만 77회를 함께 달렸다. 2002년부터 약 500회의 대회를 함께했다. 김 씨는 “마라톤 때문에 우리는 제2의 인생을 즐겁게 살고 있어요. 늘 함께 대회를 준비하고 출전하기 때문에 심심할 틈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부부는 “달릴 수 있을 때까지 함께 달릴 것이다. 우리 나이에 건강하게 사는 것 외에 무슨 낙이 있겠나. 달리기와 걷기는 우리 부부에게 최고의 건강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11월 대한노인회 수장에 오른 김호일 회장(79)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장수 시대를 맞았는데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 자살률 1위다. 노인이 건강해야 대한민국이 건강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내놓은 해법은 노인들이 즐겁게 밖으로 돌아다닐 수 있게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노인만의 일자리 창출 등 국가의 적극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노인이 집에 있으면 운동을 안 한다. 밖에 나가 지하철 및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면 하루 1만 보는 걷는다. 그게 노인 건강으로 이어진다.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하다. 자살률도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노인이 건강하면 노인 의료비에 들어가는 재정을 아낄 수 있고 이를 노인복지 비용으로 상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9년 만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35조7925억 원으로 국민 전체 진료비의 41.6%에 달했다.
‘100세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이제 웬만하면 100세는 사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이에 따라 국가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 청년실업도 중요하지만 노인실업도 큰 문제이다. 무엇보다 노인 건강은 대한민국의 건전한 발전을 막을 수 있는 폭탄이 될 수 있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등도 노인정과 복지관 등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등 고령화에 대비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없인 바뀐 세상에 질질 끌려다닐 공산이 크다. 김 회장의 주장처럼 이제 노인을 경제의 한 축으로 봐야 한다. 청년고용을 위해 희생하는 존재가 아닌 상생의 주역으로 봐야 한다. 노인들이 건강해야 일도 할 수 있고 의료비도 아낀다. 김영달 씨와 양만석 씨 부부는 부단한 개별적인 노력으로 건강하게 살고 있다. 현실엔 그렇지 못한 노인이 더 많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44%(2017년 기준)로 OECD 회원국 중 1위라는 통계도 있다. 국가가 노인 건강을 위해 적극 나서지 않으면 ‘100세 시대’는 축복이 아닌 지옥이 될 수 있다.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