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임시직 노동자, IMF 넘어 사상 최대치 식당·마트·학원강사 등 대면서비스업종 직격 "선별 재난지원금 여러 차례 편성 고려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미증유의 감염병 사태가 촉발한 고용쇼크는 특히 취약계층에게 큰 타격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임시직 노동자의 신규 취업자 수 감소폭이 과거 외환위기 당시 기록을 훌쩍 뛰어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식당이나 마트, 학원 등 대면서비스업종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14일 통계청의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임시근로자는 31만3000명(-6.5%) 감소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9년 이후 최저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19만4000명)보다 더 큰 감소폭이다.
이들이 고용시장 밖으로 내몰린 건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대면서비스업종의 휴·폐업이 늘면서다. 코로나19 초기 취업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실제 일터에는 나오지 못하던 일시휴직자들 중 다수가 끝내 복직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임시직이 과거 외환위기 시절보다 더 크게 감소한 것 역시 이번 경제위기가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위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외환위기의 경우 제조업 위기가 서비스업으로 파급되는 양상을 띠었다면, 이번에는 대면접촉과 이동량의 급격한 감소로 서비스업에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타격이 가해졌다는 분석이다.
고용지표가 경기에 후행하는 특성을 갖고 있는 만큼, 향후 확진자 증가세가 완화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하향 조정되더라도 일자리 상황이 제 자리를 찾는 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분석된다. 사업장이 정상화가 돼야 사람을 뽑을 텐데, 1년간 누적된 피해로 이미 문을 닫아버린 곳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6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코로나에 따른 고용충격으로 고용시장의 체력이 상당히 저하된 상황”이라며 “지난 해 연초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향후 1~2월까지 지표적으로 힘든 고용상황 지속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청년과 여성 층 등 다른 취업취약계층에서도 취업자 감소가 두드러졌다. 20대(-14만6000명)는 1998년(-56만3000명) 이후 22년 만에 가장 크게 감소했다. 이에 따라 청년층(15~29세) 취업자도 1998년(-61만6000명) 이후 가장 많은 18만3000명이 줄었다.
자영업자의 경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6만5000명(-10.8%) 감소, 1998년(-24만7000명) 이래 최대 감소폭을 보인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소위 ‘나 홀로 사장님’만 9만 명(2.2%) 늘었다.
구직활동 자체에 나서지 않아 취업자 감소폭에 집계되지도 않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특별한 사유 없이 ‘쉬었음’이라고 답한 인구는 28만2000명(13.5%) 증가했다.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구직 단념자도 전년보다 7만3000명 늘어난 60만5000명으로 조사됐다. 구직 단념자 규모는 2014년 통계 개편 이래 최대다.
고용지표는 향후에도 당분간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경기가 반등한다고 해도 고용회복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디기 때문이다. 특히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고용부진이 가계소득 감소, 소비 감소 등으로 이어져 전반적인 내수 위축을 더 연장시킬 우려도 제기된다.
따라서 이들에게 당장 직접적인 현금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는 “임시일용직 등 저소득층 일자리는 경제위기 때마다 다른 계층에 비해 더 빠르게 감소한다”며 “취약계층 선별지급 방식으로 재난지원금 등 직접적인 현금 지원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편성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