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는 14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제기한 이익공유제에 대해 “저는 그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다만 정 총리는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여행업 등 고통이 매우 큰 부분이 있는가 하면 많은 경영 성과를 낸 기업들이 있다”며 “이렇게 어려울 때는 서로 힘을 보태는 노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취지에는 동감했다.
정 총리는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견기업의 상생, 공급자와 소비자의 상생 등 상생 정신엔 적극 찬성하지만, 어떤 것을 제도화 하려면 국민적 공감대가 먼저 이뤄진 연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정총리가 이익공유제란 용어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한 것은 이 대표 주장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제도화로 인해 강제성을 띠거나 그렇지 않다고 해도 정부나 여당이 나서 사실상 기업들 팔비틀기로 변질될 가능성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대표는 11일 “코로나로 많은 이익을 얻는 계층이나 업종이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기여해 피해가 큰 쪽을 돕는 다양한 방식을 논의하자”면서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제안했다.
민주당은 13일 홍익표 정책위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포스트코로나 불평등 해소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아이디어 모집과 구체적인 실행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코로나 이익공유제에 대해 재계의 반대를 비롯해 논란이 빚어지자 13일 “민간의 자발적 참여로 추진되는 것이 원칙이다”라며 “목표설정과 이익공유 방식은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당과 정부는 후원자 역할이다. 자율적인 상생의 결과에 세제 혜택과 정책적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재계는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기업별로 협력업체와 상생하는 다양한 성과공유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포함해 넓게는 뉴노멀로 자리잡은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서 기업들의 명암이 엇갈리는데 이익을 낸 기업이 그렇지 못한 기업을 도와주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도 있다. 기업활동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돼 정부의 일을 기업에게 떠넘긴다는 불만도 나온다.
기업인 출신의 정세균 총리가 이익공유제라는 용어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최근에 있었던 비슷한 캠페인으로 1차 국민재난지원금을 들 수 있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이 이를 취약계층에 기부하자고 청와대와 정부가 독려했으나 99%가 응하지 않았다. 착한 임대료 운동 역시 일부에 국한됐고 임대인과 갈등만 빚는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