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가치창출’ 화상회의서 혁신 요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3일 오후 화상으로 열린 ‘2021 상반기 롯데 VCM’에서 위기를 이겨낼 과감한 혁신을 강조했다. 롯데지주 제공
13일 화상으로 열린 ‘2021 상반기(1∼6월) 롯데 가치창출회의(VCM)’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던진 질문에 짧은 침묵이 흘렀다. 이날 회의는 롯데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비롯한 130여 명의 임원이 참여해 올해 중장기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신 회장은 “5년 후, 10년 후 회사의 모습을 임직원들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스포츠웨어 기업 나이키를 예로 들었다
“나이키는 단지 우수한 제품만이 아니라 운동선수에 대한 존경의 가치를 고객들에게 전달하면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게 됐습니다. 회사에 맞는 차별적 가치가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올해 나이키를 예로 든 건 각 계열사가 명확한 미래 비전이 있다면 위기 속에서도 혁신적 성장이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미래 관점에서 비전을 수립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부합하는지 수시로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디지털 혁신에 대응하기 위한 DT(Digital Transformation) 및 연구개발(R&D)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고, 브랜드 강화를 통해 차별적인 기업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며 비전 달성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와 실행력 제고도 주문했다.
지난해 경영성과에 대해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경영지표가 부진했다”며 “우리의 잠재력을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잘나갔던’ 과거의 기억, 수성에 치우친 태도를 버리라고도 했다. 신 회장은 “생존에만 급급하거나 과거의 성공 체험에 집착하는 기업에는 미래도, 존재 의의도 없다”며 “혁신적으로 변하지 못하는 회사들은 과감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 말미까지 “우리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과거의 성공 경험을 과감히 버리라”고 재차 강조했다.
구시대적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CEO부터 변화할 것도 요구했다. 신 회장은 “기업 문화를 쇄신하기 위해 지난 2년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다”며 “아직도 일부 회사들에는 권위적인 문화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대 흐름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CEO부터 변해야 한다”며 “저부터 롯데 변화의 선두에 서겠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